밤 하늘에는 빛나는 별, 내 마음 속에는 양심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5/06
임마뉴엘 칸트는 근대 독일 관념론의 초석을 놓은 철학자이다. 그의 철학은 거대한 저수지와 같아서 그 이전의 모든 철학이 그리로 흘러들고, 그 이후의 철학은 그로부터 수원을 받아들인다는 평가도 있다. 칸트는 동프러시아에 속하는 쾨니히스베르크라는 소도시를 평생 벗어나지 않았고, 너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그가 산책하는 시간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고, 비교적 늦은 40대 후반에 대학 교수 직에 임용되었고, 그의 명성을 알린 『순수이성비판』이라는 주 텍스트도 57세라는 늦은 나이에 출간을 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는 20대 초반에 교수가 된 셸링이나 니체에 비하면 늦된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칸트의 명성과 업적은 그런 평가를 훨씬 뛰어 넘어 철학도라면 반드시 그의 책과 씨름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중요한 철학자가 되었다. 

칸트의 철학은 그의 비중 높은 세 가지 저서인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그리고 『판단력비판』에 잘 드러나 있다. 먼저 『순수이성비판』은 이성 비판을 통해 근대의 인식론과 형이상학이 당면한 딜레마를 해결하고 있다. 로크에서 흄에 이르는 영국의 경험론은 생생한 감각 경험을 중시하다가 나중에는 흄처럼 뉴턴 자연과학의 핵심 원리인 인과성을 부정함으로써 회의주의(Sceptism)에 빠졌다. 반면 데카르트에서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에 이르는 대륙의 이성론은 경험적으로 검증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주장을 함으로써 독단론(Dogmatism)에 빠졌다. 칸트는 당대의 철학들이 직면한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회의주의와 독단론을 넘어서 학문을 확실한 토대 위에 올려 놓는가라는 문제를 고민했다. 거진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순수이성비판』의 중요 내용을 단 몇 줄로 요약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책의 핵심 정신을 이해하고 그것을 앞으로 공부할 과제와 목표로 삼는다는 차원으로 생각한다면 나름대로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칸트는 이성 비판을 통해 인간 이성이 가능한 경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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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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