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모르는 지인능욕, 어느날 피해자가 되었다 📨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3/30

🔥 안녕하세요, alookso 원은지입니다.

“지인능욕을 당했다면 지금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요. 신고하러 가기 전에 지인능욕이 어떤 범죄인지 알아야 합니다. 높은 확률로 당신이 경찰에게 지인능욕이 어떤 범죄이며, 이게 왜 성범죄인지 설명해야 할 수 있으니까요. 본인이 성범죄 피해자임을 인정받으려면요.” 

지인능욕 피해자에게 항상 이런 당부를 합니다. 사실 지인능욕이라는 말은 애초에 가해자가 만든 이름입니다. 지인을 능욕한다는 뜻으로 말이죠. 

‘얼싸’, 피해자의 얼굴, 신체에 정액을 뿌린 사진 또는 영상을 뜻합니다. 얼싸는 지인능욕 가해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지인능욕을 신고하러 간 피해자는 “본인 얼굴 위에 뿌려진 게 ‘정액’인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요?”라고 질문하는 수사관에게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사관이 피해자에게 가해 행위의 맥락과 범죄 행위 성립에 대해 따져 묻고, 피해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 지인능욕을 겪은 피해자가 넘어야 할 첫 번째 고비입니다. 

지인능욕은 형법상 모욕죄나 허위영상물 유포와 같은 성폭력 처벌법으로 다뤄집니다. 하지만 지인능욕이라는 범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법은 없습니다. 어떤 수사관은 피해 정도를 합성된 사진의 숫자를 산정하기도 합니다. 단 한장의 사진으로도 널리 널리, 오래 오래 유포될 수 있는 현실인데도 말이죠. 이처럼 지인능욕에 대한 이해가 없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지체된 사이, 가해자를 잡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지게 됩니다. 

피해자에게는 본인 대신 지인능욕을 설명해줄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조력자는 사람이 될 수도, 기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추적단 불꽃의 지난 4년 동안의 ‘지인능욕’ 추적기를 공개합니다. 기록의 힘을 믿으며 짧지 않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송이(가명)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요즘 송이는 생전 처음으로 개학이 두렵다. 

방학이 끝나는 게 아쉬워 본 적은 있어도
개학이 두려운 건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송이는 겨울방학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
속칭 '지인능욕'

1월 중순,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한 전날
모르는 사람에게서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송이 본인 맞나요?”

같이 보낸 링크를 클릭해 들어가보니
한 트위터 계정으로 연결됐다.

게시물에는 
자신의 얼굴이 나온 사진이 가득했다.
트위터 ‘지인능욕’ 게시물 캡처, alookso


“이게 대체 뭐야?”

게시글은
송이가 직접 쓴 것 처럼 작성됐다.
송이의 사진과 신상 정보,
말도 안 되는 성희롱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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