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죽었는가, 구할 기회가 남았는가... 봉준호가 던지는 질문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30
▲ 대한극장 영업종료 공지 ⓒ 대한극장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기쁨과 슬픔이 뒤엉킨 한 주다. 기쁨은 한국의 자랑이라 불러도 좋을 전주국제영화제가 25번째로 개최된 주간이란 점에서 온다. 그렇다면 슬픔은 어디서 왔는가. 한국 영화사를 가로질렀다 해도 좋을 대한극장이 66년 만에 폐업을 발표한 데서 왔다. 그렇다. 대한극장이 오는 9월 30일로 운영을 종료한다.

대한극장이 어떤 극장인가. 1958년 한국 최대 규모 상영관으로 개관해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로 짜여진 판도,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같은 부침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유서 깊은 극장이다. 대한극장은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영화산업 위기론이 쏟아질 때 나온 70mm 필름 촬영 영화의 국내 유일 상영관이기도 했다. <벤허> <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같은 대작들이 죄다 이곳에서 개봉했고, <올드보이> 같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의 시사회도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는 공간이었다.

영화평론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영화팬으로서 내게도 이곳은 특별한 영화관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84번이나 진행해온 영화모임의 본진이 바로 대한극장이었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영화팬이 거쳐 간 내 지난 영화모임에서 대한극장이 담당한 역할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독보적 영화감독이라 해도 좋을 봉준호에게도 대한극장은 특별한 감상을 일으킬 테다. 그에게 대한극장은 과거 <옥자>의 국내 첫 상영, 즉 시사회를 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옥자>가 어떤 영화였나. OTT 시장을 선도해온 넷플릭스가 한국 감독을 통해 진행한 첫 오리지널 영화가 아니었던가. 이제는 흔해진 방식이지만, 극장과 넥플릭스를 통한 동시 배급이 문제되며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옥자> 상영을 보이콧한 바 있다. 이때 손을 내민 것이 대한극장으로, 영화는 대한극장 시사회를 거쳐 OTT와 독립예술영화관 위주로 배급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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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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