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1
예전에 아주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던 편의점이 있었는데, 거기서 저한테 일 가르쳐주신 분이 대기업 출신이셨습니다. 새벽이라 그러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유독 한이 맺힌 목소리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30년을 일했어, 학생. 학생보다 30살 어린 사람은 아직도 태어나지도 않았잖아. 자네 24살이라고 했지? 6년 뒤에 어떤 기술이 생길 줄 아나? 또 그 기술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놀던 사람들과, 그 기술로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있나?"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기업에서 30년을 일하기 위해서는, 30년의 세월을 초극한 능력과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들었습니다. 근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저도 새로 나온 휴대폰의 기능들을 다 사용하지 못합니다. 스마트폰을 자신의 손처럼 다루는 00년대 후반 출...
"내가 30년을 일했어, 학생. 학생보다 30살 어린 사람은 아직도 태어나지도 않았잖아. 자네 24살이라고 했지? 6년 뒤에 어떤 기술이 생길 줄 아나? 또 그 기술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놀던 사람들과, 그 기술로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있나?"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기업에서 30년을 일하기 위해서는, 30년의 세월을 초극한 능력과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들었습니다. 근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저도 새로 나온 휴대폰의 기능들을 다 사용하지 못합니다. 스마트폰을 자신의 손처럼 다루는 00년대 후반 출...
혜원님 모친 얘기도 그렇고 재혁님이 만난 편의점 사수(?)분 얘기도 그렇고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사회에서 일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가 일과 본인의 자존감이 하나인 분들이 제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 같고요. 기술발전이 빼앗아 간 자존감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어머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혜원님의 모친께서는 틀림없이 아주 훌륭한 어른이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사회를 응시할 기회가 생길 때, 스스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시대가 우리의 어른들을 몰아대는 광경입니다. 이걸 배우라고, 또 저걸 익히라고 하면서 말이죠.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것을 인류의 오래된 미래로 이해하는 저는 마음 한 구석이 흐리멍덩해집니다.
재혁님 이야기를 보며 바로 제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일흔 나이지만 요양원에서 아직도 간호사로 일을 하고 계신데요. "이제 그만 좀 쉬시라" "친구분들하고 놀러다니며 사셔도 된다" 매년 얘기드렸지만 꿈쩍도 안하시더니, 올해 들어 부쩍 '이제 그만두고 싶다' 말씀을 자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지하철 공짜로 타고 다니는 나이임에도, 전문직으로서 한 사람 몫을 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계셨던 분인데 말이죠.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셨을까 여쭤보니 이유가 다름 아닌 컴퓨터였습니다. 간호업무일지를 종이에 수기로 써오고 있었는데, 올해 요양원에서 시스템을 구입해 컴퓨터로 일지나 기록을 작성하도록 한거죠. 아무래도 컴퓨터에 익숙한 연령대가 아니라서 오타도 꽤 있고 빼먹는 항목도 있다보니, 사무업무를 담당하는 복지사에게 수시로 불려가 컴퓨터 앞에 갇혀 수정작업을 해야했던 겁니다.
컴퓨터 조금만 해보면 곧 익숙해질거라고,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얘기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응수하셨습니다. "그 시스템이 주사를 대신 놓아주는 것도 아니고 약 분류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일지 쓸 때보다 시간은 배로 걸리는데 도대체 왜 해야하는데?"
재혁님 이야기를 보며 바로 제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일흔 나이지만 요양원에서 아직도 간호사로 일을 하고 계신데요. "이제 그만 좀 쉬시라" "친구분들하고 놀러다니며 사셔도 된다" 매년 얘기드렸지만 꿈쩍도 안하시더니, 올해 들어 부쩍 '이제 그만두고 싶다' 말씀을 자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지하철 공짜로 타고 다니는 나이임에도, 전문직으로서 한 사람 몫을 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계셨던 분인데 말이죠.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셨을까 여쭤보니 이유가 다름 아닌 컴퓨터였습니다. 간호업무일지를 종이에 수기로 써오고 있었는데, 올해 요양원에서 시스템을 구입해 컴퓨터로 일지나 기록을 작성하도록 한거죠. 아무래도 컴퓨터에 익숙한 연령대가 아니라서 오타도 꽤 있고 빼먹는 항목도 있다보니, 사무업무를 담당하는 복지사에게 수시로 불려가 컴퓨터 앞에 갇혀 수정작업을 해야했던 겁니다.
컴퓨터 조금만 해보면 곧 익숙해질거라고,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얘기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응수하셨습니다. "그 시스템이 주사를 대신 놓아주는 것도 아니고 약 분류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일지 쓸 때보다 시간은 배로 걸리는데 도대체 왜 해야하는데?"
혜원님 모친 얘기도 그렇고 재혁님이 만난 편의점 사수(?)분 얘기도 그렇고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사회에서 일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가 일과 본인의 자존감이 하나인 분들이 제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 같고요. 기술발전이 빼앗아 간 자존감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어머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혜원님의 모친께서는 틀림없이 아주 훌륭한 어른이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사회를 응시할 기회가 생길 때, 스스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시대가 우리의 어른들을 몰아대는 광경입니다. 이걸 배우라고, 또 저걸 익히라고 하면서 말이죠.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것을 인류의 오래된 미래로 이해하는 저는 마음 한 구석이 흐리멍덩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