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3일 기후 데일리 브리프

• 데일리 브리프에서는 외신 속 동향 외에, 국내외 중요한 논의가 있을 때 그 내용을 자세히 다룹니다.
• 오늘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2050 미래전략포럼 - 메탄 정책과 데이터로 바라본 한국의 현주소‘의 내용을 정리합니다. 한국 메탄 배출 관측과 감축에 대한 중요한 제안이 논의됐습니다.

📈오늘의 기후 지표

도시에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메탄이라는 유령이.

메탄은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기체 중 하나다. 가정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이 메탄이다. 하수구에서 유기물이 썩어 악취가 날 때, 쓰레기가 부패할 때도 메탄이 발생한다. 취사용 천연가스, 요즘 각광받는 수소를 만들 때에도 사용된다. 농장에서 소가 트림을 할 때 나오는 기체도, 습지에서 부글거리며 방출하는 기체도 메탄이다.

메탄은 지구 어디든 우리 주위를 배회한다. 대기 중에 2000ppb의 농도로 검출된다. 이 메탄의 30~40%는 자연적 원인으로 배출된 메탄이지만, 나머지는 인위적 요인으로 만들어진 메탄이다.

최근 메탄이 두목 받는 이유는 강력한 온실가스기 때문이다. 비록 이산화탄소에 비해 양이 적어 현재의 기후변화에 미친 영향은 2위지만, 같은 양의 기체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온난화를 일으키는 강도가 수십 배 강력해 요주의 기체로 꼽힌다.

메탄은 기후변화의 대표적 원흉이지만, 지금껏 이산화탄소의 유명세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메탄 감축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제 사회도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2021년 국제메탄서약을 통해 150여개국이 2018년(한국은 2020년) 기준 30%를 2030년까지 감축한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일부 지역과 국가는 무역 제재를 가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산업계 대응도 시급하다.

메탄 감축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이다. 인위적 메탄 배출의 대부분(70% 이상)은 그냥 새는 게 원인이다. 운송이나 공장의 공정 과정에서 누출된다. 그런데 누출 양상도, 지역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원시적인 원인이지만, 다시 말하면 대책을 세우기도 쉽다는 뜻이다. 누출을 찾아 막으면 된다.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때처럼 극소량이라도 줄이고자 쥐어짤 필요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쉽다. 이를 위해 메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측하고 대책을 세울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기후변화센터가 22일 서울 여의도동에서 개최한 ’제1회 대한민국 2050 미래전략포럼 - 메탄 정책과 데이터로 바라본 한국의 현주소‘에서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상 및 위성, 항공 관측을 통해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점 배출원을 찾을 수 있었다”며 “이들을 보수하면 메탄 배출량을 감축해 국가의 전반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대적으로 쉽게 줄이고, 사업체의 경제성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왜 메탄에 주목하는가

• 6대 온실가스의 하나로 온실가스에 미친 영향이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 번째로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체 이유의 절반에 불과하다. 메탄은 대기 중 체류 시간이 짧아 다른 온실가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큰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 
•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한 상태인데, 이산화탄소가 0.8도, 메탄이 0.5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기온을 오히려 낮추는 온실가스도 있어 두 주요 온실가스의 기여 온도 합이 1.1도를 넘는다). 기후변화의 3분의 1 이상이 메탄이 원인이란 뜻이다.
•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영향을 기준으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수치화한 ‘지구온난화지수(GWP)를 보면, 100년간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의 28배, 20년간 미치는 단기 영향은 이산화탄소의 80배다.
• 단기 영향이 장기 영향보다 짧은 데에서 추측할 수 있듯, 대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이산화탄소(최대 200년)의 10분의 1 수준인 10~20년으로 짧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누적 영향을 빨리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메탄 배출을 먼저 줄이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기술을 개발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 전 세계도 이런 중요성에 공감해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글로벌 메탄 서약이 체결됐다. 2030년까지 2018년 메탄 배출량의 30%를 감축한다는 서약으로, 첫 해 100여 개국이 참여했고 이듬해 150개국 이상으로 참여국이 늘어났다. 한국 역시 가입했으며 ‘2030 메탄 감축 로드맵’을 발표해 2020년 대비 30%를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 한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중 메탄의 비중이 2021년 기준 4.1%로 세계(2021년 기준 11.5%)에 비해서는 조금 낮다. 논이 줄어들면서 과거보다 최근 약간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하지만 국내 농업 전체 배출량보다 많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을 위해서도 줄여야 한다

• 2022년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공급망과 청정에너지, 디지털 등 새로운 통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통산협력체다. 무역과 공급망 부문에서 청정 경제와 공정 경제를 추구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부문 감축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도 가입해 올해 4월 정식 발효한 상태다. 
• 미국과 유럽연합의 규제도 강화 중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5월 초, EU는 5월 말부터 법제화를 통한 규제를 시작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무역 장벽이 될 가능성이 있다.
•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은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의 70%가 몰리는 곳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누출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한 배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 EPA는 대기질을 개선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배출 저감 및 누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누출이 감지되면 시설 보수를 의무화하는 등 실질적인 배출 저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특히 대형 배출원(시간당 100kg 이상 배출 사업장)에 대해서는 원격감지기술을 사용한 모니터링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제3자의 감지 보고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EU는 여기에 더해 2027년까지 소각 시설의 메탄 배출을 금지하는 등 더욱 강화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알고 싶고 줄이고 싶지만, 데이터가 없다

메탄은 70%가 인위적 원인에 의한 배출이다. 배출원을 찾아야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곳이 많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 메탄은 습지에서도 배출되고 축산업에서 소의 장내 발효를 통해서도 배출된다. 이 양이 약 30~40%다. 나머지 60~70%는 인위적 배출이다. 
• 도시에서는 소각이나 하수 부패, 운송 중노후관 접합부에서의 누출이나 정유공장 수소 생산 공정에서의 누출로 꾸준히 발생해 거의 일정하게 약 2000ppb의 농도로 존재한다. 일종의 배경 측정값이다(미국해양대기청(NOAA)가 측정한 전 지구 메탄 평균 농도가 2024년 3월 기준 1930.75ppb다). 
  • 특히 에너지 부문의 메탄 배출량의 71%는 누출에 의해 발생한다. 전체 배출량 중 비중은 36%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를 넘어서는 배출원이 도심에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측정치나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이다. 정책을 세울 수 없다.

직접 관측으로 메탄 배출원을 찾을 수 있다. 배출원으로 지목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기업과 사회 모두의 편익을 높이는 길이다.

• 정수종 교수팀은 이동형 메탄 측정 장비와 위성 관측 자료, 항공 측정 자료 등을 종합해 메탄 점 배출원을 찾고 있다. 측정 결과 서울의 경우 구도심과 신도심 모두 고농도의 메탄이 검출됐다. 
  • 예를 들어 삼성동 코엑스 근처에서는 3168ppb가 측정돼 일반의 두 배가 검출됐다. 복합화력발전소나 열병합발전소, 폐기물 매립지, 인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 등에서는 배경보다 수 배~40배 높은 고농도가 검출되기도 했다. 
  • 정 교수는 “가스 사용량을 통해 메탄 발생량을 추정하는 통계 인벤토리로는 이런 누출을 확인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며 “위성과 지상 측정, 항공 측정 등을 종합해 누출을 확인한다면 사업장이 (메탄 누출로) 얼마나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더구나, 만약 누출을 확인하고 해결하면 실제로 사용하는 가스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집계 역시 줄일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이중의 경제적 이득이 있다
  •  정 교수는 “몇 년 메탄을 그냥 날리는 것보다 시설을 교체하는 게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라며 “메탄과 탄소 배출을 함께 줄이는 쉬운 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