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허락한 표절판정

김학선 인증된 계정 · 대중음악평론가
2021/10/27
1980년대 중후반 방배동 카페골목엔 수많은 선남선녀가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연예인, 모델, 운동선수 같은 셀럽이 방배동 카페를 찾았고, 지금 말로 하면 힙스터들이 방배동을 들락거렸습니다. 음악가 또는 음악가 지망생들도 방배동 카페를 자주 찾았는데 당시 방송에선 쉽게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듣는 것도 이들의 목적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음악은 당시 한국에선 '불법'이었던 일본 음악이었습니다. 카페에선 카시오페아나 마사요시 타카나카 같은 일본 퓨전 재즈 음악을 레이저 디스크(LD)로 틀어줬다고 하죠.

강남에서 나고 자란 한 연주자는 스무 살 무렵부터 압구정동 카페엘 다니며 매장에서 틀어주는 퓨전 재즈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 음악들은 지금 라디오 프로그램 시그널로 써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세련된 느낌을 갖고 있죠. 그 연주자는 농담처럼 "아무개 이런 애들 다 여기서 같이 일본 음악 듣고 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시티팝이 다시 인기입니다. 비록 시티팝이란 용어를 몰랐다고 해도 80년대부터 그런 음악을 듣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스무드 재즈나 퓨전 재즈라 불리던 음악들, 또 AOR 스타일의 팝 음악을 누구보다 앞서 들었습니다. 그 음악들이 한국에 상륙하기까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상륙이 어렵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슬금슬금 잘못된 욕망들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때 방배동과 압구정동에서 음악을 들었던 상당수는 직접 음악을 하는 음악가가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들었던 음악과 흡사한 음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대중은 잘 모를 거라는 판단도 있었겠죠. 1990년대는 한국 대중음악의 전성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그늘도 많았습니다. 대중음악이 돈이 되다 보니 외국 음악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습니다. 룰라의 '천상유애'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김민종은 표절 시비가 일면서 아예 가수 은퇴를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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