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

Rooney Kim
Rooney Kim · 글쓰는 마케터
2022/12/22
그 자체로 그만인 사소한 훌륭함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평소라면 9호선과 8호선을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날은 친형과 약속이 있어 건대입구로 가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7호선을 타니 청담 대교 아래를 흐르는 한강과 해 질 녘의 풍경이 굉장히 반갑게 느껴졌다. 7호선 라인을 따라 자취하던 시절에는 매일같이 타던 지하철과 매일 보던 풍경이라 너무 익숙해져 그 가치를 몰랐는데 거의 수년만에 보는 풍경은 잠시 동안 머리를 가볍게 비워주었다.

어느덧 지하철은 뚝섬유원지역에 도착했고 한강뷰는 사라졌지만 상쾌한 여운이 가슴에 남아 복잡한 내 머릿속 생각의 총량에 여유가 생겼다. 그런 기분 알지 않나, 뭐랄까 말랑말랑해진 감성으로 여유로워진 감정의 대역폭 덕분에 지나가다 누가 이유 없이 어깨빵을 아니, 부딪혀도 한 번쯤은 돌아보지도 않고 지나갈 정도로 관대해진 여유로움 말이다.

"이번 정차역은 건대입구, 건대입구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음..”

정차역 방송을 하던 기관사님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고 여기고 방송 직후 목소리를 가다듬는 모양이 아나운서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직전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여기던 참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내일은 금요일입니다. 이번 주말은 날씨가 괜찮은 편이라고 하네요. 코로나 때문에, 회사의 업무, 학...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대중문화 작가 • 스타트업과 직장 생활 • 대중문화 • 영감과 깨달음 웹소설, 에세이 그리고 아이유 연대기를 씁니다.😊
102
팔로워 64
팔로잉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