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아니고 사람이었어?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10/13
이문영 님의 노랑의 미로 '가난해서 무능하고 무능해서 가난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밝고 사치스러운 노랑으로 진짜 가난의 궤적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김하영 님의 '뭐든 다 배달합니다'는 빈곤 앞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기술사회에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식으로 지워지는지를 깨닫게 한다. 기술시대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주요 업무 전략이 '좋은 오토바이'라는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를 저자는 직접 체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표현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난다. 마차꾼은 운전수로, 운전수는 택시기사로, 택시기사는 대리기사로 직업은 변했지만 종사하는 사람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리기사,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새벽 배송이라는 필수 노동 분야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쳇바퀴처럼 꾸역꾸역 살아가는 노무제공자들은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필수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현관 앞 택배 상자로,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 스마트폰 속의 배송 완료 문자 메시지로만 노동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노동은 남고 노동자는 지워진다. 

'기술의 발전은 황새인데, 제도는 뱁새'라서 길바닥에서 몸을 쓰며 돈을 버는 사람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 노동을 노동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사용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제 직업은 배달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장애인이 그늘로 숨고 외국인 노동자가 차별 앞에서 속수무책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배달은 사람의 일인데 제도를 관장하는 국가의 일은 무엇이고 관성에 젖어있는 사회의 일은 무엇인가.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택배 옮기지 마세요.
지하주차장으로 못 들어가니 아파트 입구에 정차하고 배달하세요.
면이 불어 터지지 않게 빨리 갖다 주세요.
식기 전에 갖다 주세요.
오토바이 시끄러우니 소리 내지 마세요.

비 오고 바람 불고 삭신이 쑤셔서 주문을 하면서도 배달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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