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과 저상버스
2022/12/26
1. 화장실의 남녀
공중화장실은 대개 남녀용으로 구분이 되죠. 요사이 대부분의 화장실은 남성과 여성 각각의 면적이 같습니다만 이게 평등 혹은 공평한 것일까요? 겉으로 보이기엔 공평해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압니다.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공중화장실 줄만 보면 알 수 있죠. 여성 화장실 줄은 남성 쪽보다 훨씬 길고 잘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소변기의 유무죠. 남성 소변기는 자리를 얼마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면적이라도 남성 쪽 변기의 개수가 많아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성 쪽에 소변기를 설치할 수도 없고요. 그렇다면 양쪽의 변기 개수를 맞추면 어떨까요? 여성용 화장실의 면적이 남성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더 크면 가능합니다. 이제 공평해진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첫째 이유는 회전 속도 차이입니다. 남성용 소변기는 일처리(?)가 단순하기 때문에 머무는 시간이 짧습니다. 그러니 같은 개수의 변기가 있더라도 여성 쪽이 더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여기에 두 번째 이유도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생리대 처리를 대부분 화장실에서 합니다. 화장실에 갈 이유가 더 생깁니다. 또 아이를 돌보는 것 또한 대부분 여성이 많이 합니다. 일단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경우가 여성이 더 많고, 남성용 화장실에 영유아를 위한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저귀를 아무데서나 갈 수 없으니 또 화장실을 갑니다.
이런 이유로 남성과 여성 화장실의 변기 수를 같이 해도 여성이 훨씬 더 오래 기다려야만 합니다. 가장 좋은 건 남성 여성 구분 없이 한 화장실을 쓰는 겁니다. 이를 젠더 프리 화장실이라고 하더군요. 외국의 경우 이런 화장실이 꽤 있다고 합니다만 우리나라 입장에선 쉽게 결정할 수 없는 형편이지요. 또 영유아 관련 시설을 남성용에도 갖추는 것도 좋은 방안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홈은님
히히 링크를 눌러보기 전에 이 글일줄 알았어요!
오래전에 뉴욕을 방문했을 때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도 그럴진 모르겠지만(조만간 가는 데 가서 보고 오겠…) 버스에서 내릴 때 임산부, 장애인 등 교통 약자가 벨을 누르면 운전수가 시동을 끄고 기다려주더라고요.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모두 천하태평… 되게 바쁜 도시라고 들었는데 세상 한가하더라고요. 저상버스였는데도 불편을 호소하면 운전기사가 시동을 끄고 내려와서 돕는 것을 보고는 기함을 했었어요.
당시 한국은 멀쩡한 사람도 벨을 누르고 일어서있지 않으면 차가 그냥 가버렸거든요. 요즘은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정차할 때 일어서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신식 건물은 입구도 넓고 턱이나 계단이 있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그래도 계단, 턱이 있거나 장애인은 혼자서 열기 어려운 형태의 문도 있었거든요. 부족해 보이는 부분을 채우는 것은 사람이더라고요. 느릿느릿 와서는 문을 열어주고 팁도 안 받고 가버리는 직원들, 찬바람 쌩쌩 불 것처럼 챙겼는데 교통약자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지만 제 기억은 쓰레기. 조작 가능 농후…)
적어주신 글을 보며 저도 모르데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다 문득 7대 중 4대가 일반 버스인 서울의 상황을 생각합니다. 둘째가 아직 키가 작아서 저상을 선호하거든요. 계단은 힘들어요. ㅠ ㅠ 만차인 계단 버스를 두 대 보내고 저상을 기다리던 때가 떠오릅니다…
열악하던 그 시절이나 좋아졌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지금이나 불편 개선 정도는 그리 크진 않겠다 싶어요. 부족한 인프라를 채워나가는 것은 사람의 배려와 다정함인데 지금 우리 사회에 그런 마음의 여유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궁금해지네요.
https://alook.so/posts/1RtEVrJ
지난 6월에 (까마득……) 비슷한 감상으로 썼던 글이 있어 첨부합니당.
'모두에게 평등한, 모두를 위한 도시 설계'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겠죠.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두'라는 범주 안에 모두가 포함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설계자들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익숙해서 잊고 살았던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불편을 넘어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것을 사회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오래전에 뉴욕을 방문했을 때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도 그럴진 모르겠지만(조만간 가는 데 가서 보고 오겠…) 버스에서 내릴 때 임산부, 장애인 등 교통 약자가 벨을 누르면 운전수가 시동을 끄고 기다려주더라고요.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모두 천하태평… 되게 바쁜 도시라고 들었는데 세상 한가하더라고요. 저상버스였는데도 불편을 호소하면 운전기사가 시동을 끄고 내려와서 돕는 것을 보고는 기함을 했었어요.
당시 한국은 멀쩡한 사람도 벨을 누르고 일어서있지 않으면 차가 그냥 가버렸거든요. 요즘은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정차할 때 일어서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신식 건물은 입구도 넓고 턱이나 계단이 있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그래도 계단, 턱이 있거나 장애인은 혼자서 열기 어려운 형태의 문도 있었거든요. 부족해 보이는 부분을 채우는 것은 사람이더라고요. 느릿느릿 와서는 문을 열어주고 팁도 안 받고 가버리는 직원들, 찬바람 쌩쌩 불 것처럼 챙겼는데 교통약자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지만 제 기억은 쓰레기. 조작 가능 농후…)
적어주신 글을 보며 저도 모르데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다 문득 7대 중 4대가 일반 버스인 서울의 상황을 생각합니다. 둘째가 아직 키가 작아서 저상을 선호하거든요. 계단은 힘들어요. ㅠ ㅠ 만차인 계단 버스를 두 대 보내고 저상을 기다리던 때가 떠오릅니다…
열악하던 그 시절이나 좋아졌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지금이나 불편 개선 정도는 그리 크진 않겠다 싶어요. 부족한 인프라를 채워나가는 것은 사람의 배려와 다정함인데 지금 우리 사회에 그런 마음의 여유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궁금해지네요.
https://alook.so/posts/1RtEVrJ
지난 6월에 (까마득……) 비슷한 감상으로 썼던 글이 있어 첨부합니당.
'모두에게 평등한, 모두를 위한 도시 설계'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겠죠.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두'라는 범주 안에 모두가 포함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설계자들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익숙해서 잊고 살았던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불편을 넘어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것을 사회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홈은님
히히 링크를 눌러보기 전에 이 글일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