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대 인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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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IS 인증된 계정 · 정책공간 포용과 혁신
2023/06/11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출처: 로이터 통신

“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챗GPT라는 유령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거나 판도를 뒤집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수준을 넘어, 근대 이후 성립한 문명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헨리A. 키신저, 에릭 슈밋, 대니얼 허튼 로커가 공동 집필한 『AI이후의 세계』에서 챗GPT는 인쇄술 발명 이래 흔들린 적 없는 인간의 인지 과정을 바꾸는 지적 혁명을 일으키는 신기술이라고 했다. 중국이나 이슬람 세계보다 후진적이었던 유럽은 15세기를 기점으로 역사학에서 ‘대 분기(the great divergence)’라고 지칭하는 대역전극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럴 수 있었던 요인들 가운데 빠짐없이 거론되는 것이 구텐베르크에 의한 인쇄술의 혁신이다. 
생명체의 “to be or not to be”를 결정하는 심판관은 자연이다. 생존하여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에 적응해야 한다. 그런데 생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만이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목적으로 자연을 길들이는 문화적 진화의 길을 열어서 지구상의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했다. 자연선택과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통한 생물학적 진화가 일어나려면 지질학적 시간이 걸리지만, 집단기억과 집단학습으로 이뤄지는 문화적 진화는 역사적 시간 속에서 전개된다. 인간이 타자와 소통하고 정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언어를 사용할 줄 알게 된 것이 문화적 진화의 존재 방식을 지향하는 결정적 계기다. 인간은 언어를 코드로 해서 문화유전자인 밈(meme)을 만들어냈다. 
   
언어는 무한한 사용을 위한 유한한 수단
밈을 복제하는 방식의 획기적 변화는 문자의 발명으로 일어났다. 말은 표출됨과 동시에 사라지지만, 문자는 시간을 초월해서 공간적 확장을 할 수 있는 밈을 생성했다. 그와 함께 헬름 폰 홈볼트(Wilhelm von Humboldt)가 “언어는 무한한 사용을 위한 유한한 수단”이라고 했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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