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제주여행의 운명 같은 동행… 그 청년을 찾습니다 [‘두 바퀴’ 인생 2화]

진실탐사그룹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 인증된 계정 · 알리고, 퍼트리고, 해결합니다
2023/06/30
깊은 산 외딴 곳에 자리한 시설에서의 첫날은 언제나 눈물이었다. 서러움과 외로움은 3년이 가고 5년이 가도 무뎌지지 않았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라고 생각,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지? 나는 이런 삶에 만족하고 있나?’

뇌성마비 장애인 철규(가명)도 그 추운 겨울밤에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을 거다. 그의 가슴속 대답 역시 “이런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였을 테고. 사고 터지기 전날 밤 철규는 “여기서 나가겠다”고 소리치며 난리를 피웠다.

이튿날 아침, 그의 방엔 주인 잃은 휠체어뿐이었다. 철규는 보이지 않았다. 탈출이었다.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철규는 어떻게 나간 걸까. 시설 책임자인 목사님과 직원들이 주변을 수색에 나섰다.

철규는 멀리 가지 못했다. 두 팔로 기어봤자 어차피 거기서 거기였다. 철규는 시설에서 가까운 도랑에 빠져 있었다. 철규는 얼어 죽었다.
장애인 시설에서 살던 시절의 이규식 ⓒ이규식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후마니타스, 2023. 3.)에는 그날 이규식이 받은 충격이 적혀 있다.

‘아, 나도 혼자 밖에 나가면 죽겠구나. 장애인이 안전한 공간에서 혼자 벗어나면 죽는 거구나. 아무리 재미없어도 이렇게 갇힌 공간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게 정답이구나.’

오답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규식의 내면에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루하고 재미없어도, 안전하니까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는 걸까?”

정답을 알면서도 오답을 말하는 스스로에게 이규식은 짜증이 났다. 밥도 안 먹고 예배도 거부하길 며칠, 이규식은 시설 책임자인 목사님을 찾아갔다.

“나, 여행 가고 싶어요. 여행 보내줘요!”

목사님은 ‘얘가 뭘 잘못 먹었나’ 하는 눈으로 이규식을 바라봤다.

“어디 가고 싶은데?”
“제주도요!”

정말 가고 싶어서 그리 답한 게 아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에 제주도였다. 목사님도 이규식처럼 선을 넘었다.

“그래, 가라...
진실탐사그룹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문제 해결까지 지향하는 탐사보도매체, 진실탐사그룹 셜록입니다
311
팔로워 2.6K
팔로잉 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