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태
채희태 · 낭만백수를 꿈꾸는 교육사회학도
2023/09/23
※ ZD넷 코리아에 칼럼으로 연재했던 글입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많은 조직의 사례를 알고 있다. 이 당연하고도 단순한 문장 안에는 사실 많은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나는 지금부터 이 당연하고도 단순한 문장을 의심하고 또 진단해 볼 생각이다. 먼저 문장의 형식부터 살펴보자. 이 문장은 단순해 보이지만, “성공하다”와 “알고 있다”라는 두 개의 서술어를 포함하고 있는 복문이다. “성공하다”라는 서술어는 “세계적으로”라는 부사어가 꾸며주고 있다. 즉, 우리가 어떠한 조직의 사례를 알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사례가 세계적이어야 하고, 또 성공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문장만 뚫어져라 쳐다보았을 뿐인데, 운 좋게도 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키워드 두 개를 도출해 냈다. 바로 “세계”와 “성공”이라는 단어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보자. 먼저 “세계”라는 단어가 가진 함정이다. 언젠가부터 세계라는 단어는 국가, 마을, 가족, 심지어 자아(自我)보다도 더 친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매일 익숙하게 떠올리는 세계라는 개념 안에 국가, 마을,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이 들어 있는지… 집단이 추구하는 공리보다 개인의 이익이 더 중요해진 시대를 사는 우리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국가, 마을, 가족, 그리고 나조차도 형태가 불분명한 세계의 기준에 따라 쉽게 해체한다. 다른 하나는 “성공”의 함정이다. 과정일 수도 있는 성공이 우리에게 인식되는 모습은 주로 그 빛나는 결과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져간 개인이나 조직을 한번 떠 올려보자. 우리들은 성공의 이면에 있을 수도 있는 실패나, 성공의 기대가 만들어낸 이후의 고통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즉 우리는 작은 부분의 합인 “세계”와 다양한 사례의 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는 “성공”에만 극단적으로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성공은 모두 신화로 포장되어 결국 한 사람의 리더인 개인으로 수렴된다. 한때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라 칭송받았던 GE의 “잭 웰치(J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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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수를 꿈꾸는 프리랜서 콘텐츠, 정책 기획자, 사회 현상의 본질을 넘어 그 이면에 주목하고 싶은 兩是論者.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저자. ZDNET 코리아에 칼럼 "IT는 포스트노멀 시대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연재. 공주대학교 평생교육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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