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한 적 없는 손님, 두통을 맞이하기

다다르다 · 말 못한 이야기를 글로 담습니다.
2023/05/25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그가 나를 찾아왔다
 
'오늘이군.'

하루의 피곤함이 몰리며 퇴근이 간절해지는 오후 4시 50분쯤, 다소 늦은 그의 방문을 나는 순순히 받아들인다. 달력을 가볍게 체크한다.

물론 그의 방문은 언제나 그러하였듯 여전히 매우 극적이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주변에서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올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다 오지 않기도 하고, 어느 날은 바쁜 일상 가운데 놀랄 만큼 갑작스럽게 들이닥쳐 말문을 막히게도 하다가, 어느 날은 흡사 아닌 척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영문을 모르게 하고는 뒤늦게야 복면을 벗으며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오늘은 오전 내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인기척을 내다 퇴근 무렵 기어코 바쁜 갈길을 가로막는다.

그의 방문은 단 한번도 쉽지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그를 내 삶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방문을 막을 적절한 방법도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라면 참고 만나줄 만한 수준이라고 체념한다. 한 달, 30일, 그중에 하루나 이틀, 그뿐이라면 괜찮지 않냐고 씁쓸히 위안한다. 나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의 개념은 그의 방문이 있었냐는 셈법으로 계산되곤 한다. 그가 왔다 가면 이제 한 달의 시간은 다시 셈에 들어간다. 그가 왔다 간 날의 최대 위안은 이제 적어도 앞으로 얼마 간은 그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것이다.

그는 내 삶에서 어떤 영향력을 지니는가

일단 그가 찾아오는 날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무력함의 극단에 이른다. 그가 방문한 날은 주변 동료들에게 조용히 그의 예견된 방문을 알리고 정중히 양해를 구한다.
그날의 나는 말수가 줄어들고, 우울한 표정일 수 있고, 식사량이 급격히 줄거나, 눈을 자주 감은 채 생각에 잠길 수 있고, 어떤 즐거운 대화에도 잘 참여하지 않으며, 행동반경이 매우 좁아져 앉은자리를 잘 벗어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오늘 하루는 정상적인 모습일 수 없고, 내가 나로서 기능할 수 없는 날이기에 이를 주변에 알려 그들의 애정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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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을 하며 한 세상의 한 아이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작고 여린 것을 사랑하며 관찰하며 글로 풀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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