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인간이 가진 특권 - 디지털 사회와 기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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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4/17
디지털 사회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경향신문)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며 실패를 통해 더욱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권리가 있다. 인간은 망각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망각은 자신과 타인의 잘못을 영원히 책망하기보다는 잊고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의 기반이 된다. 망각은 인간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운다. 인간이 살아감에 배제할 수 없는 본질적 요소다. 하지만 디지털 메모리는 영원히 기억함으로써 실수를 통해 배우며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는 인간 본래의 능력을 거부한다. 

인간 행동이 절대로 잊히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스스로 노력하고 변화하려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형성하는 틀을 깨뜨리려는 능동적 동기가 주어지기 힘들다. 한계를 넘어서려는 동기는 개인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인이 되는 기본적 요소다. 그렇다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진화는 오히려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퇴화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정보를 영원히 저장해 우리를 과거 행동에 영원히 묶어 놓아 쉽게 벗어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정보 저장의 역사가 기억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기억과 더불어 잊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현대 사회에 있어서 망각할 권리가 진정으로 보장되려면, 사회적 망각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실패한 개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사회적인 망각을 통한 공식 기록 삭제를 통해서 구성원들은 스스로 경험을 통해 배우고 고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집단화된 기억은 이를 방해한다. 망각에 있어서 개인이 잊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잊히는 것을 필요로 하는데, 이제는 매 순간 네트워크에서 생산된 것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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