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최재영 · 정치의 한복판에서 철학하기
2021/10/11
책이 아니라 공론장에서 아렌트를 만나니 반갑네요. 😃 제가 읽은 아렌트를 먼저 적고, 정치와 노동의 관계에 대한 제 의견을 적어볼게요.

아렌트의 노동-작업-행위 삼분법에는 각각에 대응하는 조건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혹은 『활동적 삶(Vita Activa)』이라고 책 제목을 지었어요. 아렌트가 조건과 활동을 강조했던 이유는 인간은 '이성을 가진 동물(Homo sapiens)'이라는 용어처럼 어떤 본성(nature)을 가졌다기보다는 '조건 지워진 존재(conditioned being)'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노동-작업-행위를 언급할 때 이 조건을 놓치면 의도치 않게 오독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해요.

노동-작업-행위에 각각 대응하는 조건은 삶-세계-타인입니다. 먼저, 첫째 조건은 삶(life)입니다. 노동(labor)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하는 일이에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일이 노동에 해당됩니다. 노동을 멈추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대신, 노동은 일시적이고 주관적이라는 특징을 갖습니다. 음식을 먹어치우더라도 돌아서면 배고프고, 내 배가 곯은 건 나만 안다는 거죠.

다음으로, 둘째 조건은 세계(혹은 세계성, worldliness)입니다. 물건을 만들어내거나 물건을 만드는 도구, 건축물 따위를 만드는 작업(work)은 세계에 관련된 활동입니다. 작업은 사물을 만들어내는 활동인데, 사물은 오래간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래서 사물은 소비의 대상이라기보다 사용의 대상입니다. 작업은 지속적이고 대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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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제는 의회에서 밥벌이하며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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