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에 대한 만인의 악역이 되어가는 사회
2022/08/02
대학 시절, 잠시 여행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일이었다. 외국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던 한 중년 남성이 내게 무슨 학과를 다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래서 나는 국어국문학과를 다니고 있고,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요즘 국문과 남자는 인기 없지 않나, 책 좋아하는 여자들도 다 못생겼던데."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10년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그 말의 폭력성은 다층적이었다. 일단,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문화 자체가 이제는 주류가 아니며, 마이너하다는 의미에서 묘한 평가 절하를 담고 있었다. 돈 안되는 일을 왜 굳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이 유독 더 폭력적이었던 건 '예쁜 여자가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는 지칭 때문이었다. '예쁜 여자'란 어떤 존재이길래, 그들에겐 책을 읽지 않는 여자인 걸까? 그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란 무엇이길래, 예쁜 여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 걸까?
아무튼, 나는 그 말을 잊을 수 없었고, 이십대 내내 그 말이 종종 떠오르곤 했다. 글쓰는 일은 못생긴 사람들이 하는 영역의 일이라는 걸 묘하게 떨쳐낼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