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를 읽고

그슬린나무 · 교육에 대한 고민들을 나눕니다
2022/08/23
7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보육원을 나온 대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아내가 몹시 안타까워했다. 듣고 보니 나도 너무 안타까웠다. 대학등록금을 내고 책도 사야하고, 이것 저것 돈 쓸 일도 많았을텐데, 삶이 얼마나 고되고 앞길이 보이지 않았으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을 결단을 했을까? 들으며 화가 났다. 어느 정도 경제적 부를 획득한 이 사회는 왜 개인의 삶을 공공의 영역에 두지 못하는 걸까? 개인의 삶은 사회 구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도, 애써 외면하며, 집이며, 시설이며, 교육이며, 의료며, 많은 것들을 시장에 내맡기려고 하는가? 그럴수록 한 개인은 철저히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가고, 가진 사람은 더 가지게 되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있는 것까지 빼앗기는 세상이 되는 것은 눈에 뻔한데도, 나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심지어 이것이 옳다고 박수까지 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것에는 정말 머리를 가로젓게 만든다. 정말 개인의 삶의 경험은 오롯이 그 개인의 몫일까? 

첫 장 표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무슨 말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제1장.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4.19, 5.18, 6.10 민주항쟁 및 민주화 운동으로 어느 정도 민주주의의 틀을 갖췄지만, 저자의 말대로 위대했으나 취약하다. 그것은 광장민주주의가 일상민주주의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고 정권교체도 이뤄냈지만, 정작 일상의 기반이 되는 사회는 민주화되지 않았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독일은 이미 1976년 기업 이사회의 50%를 노동자로 채우는 ‘노사공동결정제’를 법제화 했다고 하는데, 우리 대기업들 중에는 노조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결정은 노동자가 아닌 회사의 지분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있으니! 위기가 오게 되면, 손실을 피하고자 투자금을 빼며 도산하게 되는 위험을 늘 안고 있다. 그러니, 기업을 기업되게 한 노동자들의 위상은 한없이 위축되고...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