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일상파괴술③|다양체Ⅰ: '그들'이 사는 세상
2022/06/30
‘단식’, ‘파업’. 이런 단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나에게도 그랬다. 택배가 늦게 오고, 길이 막히고,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일은 소소한 일상에서 큰 불편으로 느껴진다.
‘왜 저래.’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걸까?’
나의 일상과 그들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어휴, 또 파업이야.’라고 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달은 조금 달랐다.
***
최근 진행 중이던 몇 개의 현장에서 자재가 늦게 도착해 마감이 미뤄지는 일이 생겼다. 화물 연대 파업의 여파였다. 나도 클라이언트도 속이 탔다. 그러나 클라이언트에게 화물연대의 파업 ‘때문’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휴, 또 파업이야’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와 오래된 사이인 화물 기사님이 있다. 일하던 목공소에서 내 사업을 분리 독립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나에게는 늘 가구의 배송과 설치, 인테리어가 끝날 무렵 생기는 잔잔한 일들이 고민이었다. 혼자 하기에는 애매하고 직원이나 알바를 쓰기에도 시킬 일이 많지 않은 일들. 그런 때에 퀵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기사님이다.
내가 물건을 가져다드리면 언제나 바로 떠나지 않고 서성이면서 잘 되는지 구경하다 공구를 가져다주시기도 하고, 나사를 박아 주시기도 하며 친해졌다. 난 그렇게 도와주시는 것이 감사해서 1, 2만 원씩 더 챙겨드렸고, 기사님은 돈 때문이 아니라 젊은 사람이 뚝딱거리며 일하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후론 뭔가 배송하거나 설치할 때 기사님이 있다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 되었고, 무거운 가구를 만들 때도 기사님이 도와주실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게 되었다.
그런 기사님이 일을 그만두셨다. 일손이 필요한 어느 날 전화를 했더니 작은 사고가 났는데, 더 이상 무서워서 운전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한참 연락이 안 되다가, 카카오톡에 생일이라는 알림이 떠서 전화를 드렸다. 기사님은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는데, 그 후로 리어카를 끈다’고 했다. 사고는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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