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의 퀴어談] 사는 '맛'
2024/08/17
회사를 관두고 혼자 밥상에 앉는 일이 많다 보니 밥 친구 삼아 보는 트랜스젠더 유튜브가 있다. 직업군인 출신으로 입담이 걸출한 부산 젠더 바 마담이 무한설을 풀어내는 채널, 마치 즐겨가던 우렁이 쌈밥집 욕쟁이 할머니가 옆에 앉아 드립 쳐주는 기분마저 든다. 젠더 겨(?)의 전문용어 중에 '맛이 난다'라는 표현이 있다. 온갖 긍정적인 것들을 때려 박아 놓은 듯한 이 말은, '신난다', '재밌다', '멋지다' 등등 한 마디로 '매우 좋다'라는 뜻으로 젠더들 사이에서 통한다. 가히 몸의 감각, 오감이 빚어내는 현실이 무엇보다 중요한 트랜스젠더답게 형이상학적인 느낌도 맛이란 신체감각으로 풀어내는가 보다.
유사 젠더, 아니 젠더와 이웃 먹는 레즈비언인 나도 요즘 가끔 맛이 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10대부터 이 사회가 맞춰놓은 알람에 따라 일분일초를 허투루 쓰지 못했던 내가 요즘은 단 하루도 헛짓거리 없이 지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시간을 펑펑 내다 버리며 산다. 사회생활 내내 최저임금의 수십 배, 최근에는 수백 배에 달하는 시급을 받으며 내 1시간이 지닌 가치가 무거워질수록 나의 일상은 점점 가난해졌다. 프로젝트가 돌아갈 때면 커다란 더플백 안에 먹다 남은 김밥이며 샌드위치가 몇 개씩 처박혀 있거나 세탁기를 돌릴 시간이 없어 흰 셔츠를 박스로 사다 놓고 한번 입고 버리기도 했다. 고메이 레스토랑에 가도, 전망이 시원하게 트인 피트니스 클럽에 가도 항상 종종대며 혀가, 땀나는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