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 일기] 1. 생리를 그리워할 줄이야

신예희
신예희 인증된 계정 · 위인입니다
2024/03/20
정말 이대로 끝이야? 진짜로? 
 
생리가 찾아오지 않은지 이미 일 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그럴만한 게, 당시 고작 사십 대 중반이었으니까. 최소한 쉰은 넘어야 완경 되겠지, 설마.
 
설마설마하며 미루고 미루다 결국 여성의학과를 찾았고, 진료에 앞서 여러 가지 검사부터 받았다. 어떤 것들이었더라? 자궁 초음파 검사랑 심전도 검사, 그리고 피도 이만큼 뽑았었지. 소변 검사도. 내 건강 문제로 이렇게 큰 대학병원에 온건 처음이라(장례식장은 꽤 자주 와봤다) 몹시 긴장한 채 이런저런 검사실과 데스크 사이를 종종거렸다. 이게 다 무슨 검사인지, 왜 하는 건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했던 걸 보니 어지간히 쫄았던 모양이다. 모든 과정을 겪은 후에도 진료실 밖에서 한참 기다린 끝에 드디어 영접한 담당 의사 선생님의 판결은, 두둥…
 
그러니까 내 경우는 난소는 여전히 활동 중이긴 하지만 출혈(생리)은 멈춘 상태였고, 서서히 완경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조기 완경인 거냐고 물으니, 그건 마흔 전에 완경 되는 상황에 해당하는 의학 용어란다. 남보다 빠르면 으레 그렇게 부르는 건 줄 알았는데, 의외다. 그래도 좀 이르긴 하니, 일단 생리 유도 주사를 맞아보잔다. 예? 그런 주사가 있어요? 어리둥절한 채, 다시 시키는 대로 어딘가로 가서 엉덩이에 주사를 맞았다. 얼얼하다.
 
그리곤 두 달쯤 지나 갑작스럽게 생리가 시작되었다. 이미 생리 주기고 뭐고, 싹 다 잊을 만큼 오랜만이라 화장실에서 화들짝 놀랐다. 은근히 반갑기까지 했고. 그걸 마중물 삼아 다시 주기적으로 생리를 하게 되는 것이 주사 치료의 목표였지만 그렇게 되진 않았다. 반년쯤 후에 같은 주사를 다시 맞았는데, 아랫배가 묵직해지고 가슴과 겨드랑이가 붓는 등 익숙한 신호가 오긴 했지만(그리고 기분도 잔뜩 나빠졌지만), 출혈은 전혀 없었다. 지난번이 정말로 마지막이었나보다. 아, 되게 아쉽네. 이삼 년이라도 더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중얼거리다 화들짝 놀랐다. 맙소사, 나 지금 생리를 그리워하는 거야?
 
오래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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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차 프리랜서. 글, 그림, 영상, 여행, 전시 작업에 관여합니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어쩌다 운전>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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