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 <녹천에는 똥이 많다>(8)
2023/03/25
이창동의 소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 속 인물과 공간 및 소재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석하면서 이 작품이 리얼리즘의 소설로 호평받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구체적인 지역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조명했고, 한 인물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느껴졌다.
특히, 보통 ‘민우’와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민우의 시각으로 ‘준식’을 바라보며 소시민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소설이 많은데 이 소설은 ‘준식’의 시각으로 소시민의 삶의 내면에 집중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소시민의 삶을 탈피해 이상적인 논리를 따라가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시민적인 삶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며 자신의 삶 또한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이 소설이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작가는 남성주의적인 시각으로 소설을 풀어나가고 있었다. 어머니를 통해서 여성의 모습을 투박하게만 그렸으며, 삶의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아내에 대해서는 별다른 중요점을 두지 않았다. 즉, 소설 속 여성들은 남성들의 찌질함과 같은 전형적인 남성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도구적으로만 활용된 것이다. 심지어, 전형적인 ‘남성성’은 아버지로부터 민우와 준식에게 대물림되었지만, ‘여성성’은 어머니에게만 머무르고, 준식의 아내나 딸에게까지 전이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의 시각의 한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소설 속에서 나름 ‘순수함’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민우’라는 인물 설정은 많은 의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