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순간> : 사진, 두 남녀의 조금은 다른 이야기.
2023/08/30
01.
사진작가 정후(우지현 분)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안고 있다. 캠핑카 한 대를 이끌고 전국을 돌며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듯 보이지만 그의 시간은 지금도 여전히 그 기억에 묶여 있다. 바다를 향해 조금씩 멀어져 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날카로운 조각이 되어 기억 속 어딘가에 날카롭게 걸려 있기 때문인지, 남겨진 사진 속의 이미지로 정확하게 기억되어서인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홀로 여행 중이던 영(옥자연 분)도 평생 어머니를 그리워해왔다. 기억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남겨진 사진 한 장뿐. 그마저도 너무 오래된 날의 증거일 뿐이지만 그 한순간을 붙잡은 채로 살아왔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정후의 캠핑카로 몸을 피해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사진을 매개로 그 해 여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영화 <너의 순간>은 지난 2021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바 있는 작품이다. 당시의 개봉명은 <유령 이미지>였다. 물성으로 존재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진과 그 사진 속의 이미지를 함께 표현한 듯 보인다. 이 타이틀은 2017년 출간된 사진가 겸 칼럼니스트 에르베 기베르의 동명 서적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사진으로 존재하지만 사진만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이미지가 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한 것이다. 두 작품이 공유하는 개념에 가깝다. 그리고 이제 이 작품은 <너의 순간>이라는 이름을 얻어 조금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자 한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보다는 영화 속 두 인물이 사진을 대하는 마음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조금 더 내밀한 감정으로.
02.
영화 속 정후와 영은 모두 떠다니는 인물이다.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과 상황에 따라 흘러 다닌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정후는 자신의 의지에 따른 정박(碇泊)에, 영은은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는 부유(浮遊)에 가깝...
[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