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만 하면 다 된다는 거짓말

김형찬
2024/06/18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나른한 오후, 한 환자가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신음소리를 참아가며 진료실에 들어온다. 가끔 운동하고 나서 허리가 뻐근하다면서 치료를 받던 분이다. 
 
pixabay
 
제대로 앉지도 못해서 부축해서 베드에 바로 눕히고는 자초지종을 듣는다. 어제 유튜브 영상 속 운동을 따라 하던 중에 갑자기 허리에서 찌릿한 느낌이 났고, 그 후로 허리를 제대로 펴지를 못하겠다고 한다. 허리가 안 좋은 걸 아는 친한 친구가 링크를 보내줘서, 처음 따라 해 봤는데 이렇게 되었다면서 조금 억울한 표정이다. 환자가 보여준 영상의 제목에는 이 운동만 하면 모든 요통이 사라진다고 쓰여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올해의 노벨의학상은 떼 놓은 당상이다. 다만 세상에 그런 운동은 없다는 것이 서글플 뿐이다. 
   
환자들에게 자주 당부하는 것이 있다. 바로 뭔가 특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건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것은 꼭 먹어야 한다’, ‘이것은 꼭 해야 한다’, ‘이것은 절대 먹거나 하면 안된다.’는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말한다. 그래도 정 믿고 싶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각자 타고난 유전적 성향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처한 환경도 모두 다르다. 이런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뭔가 한가지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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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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