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

황옹졸 · 글쓰는 옹졸한 여자.
2024/02/17

나도 저만할 때 그랬나? 새벽부터 일어나 씻느라 우당탕거리고 드라이기 소리로 온 식구 잠을 방해한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보고 있자니 정신 사나워 죽겠다. 요란을 떨더니만 기어이 병이 왔다. 몸이 뜨끈뜨끈하다. 학교를 쉬게 해야겠다. 월요일 소아과는 붐비는 날이다. 아홉 시가 아직 멀었는데 앉아 있을 데가 없다. 접수도 번호도 30번이라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로비 한편에 있는 카페로 갔다. 좋아하는 쿠키와 레모네이드를 시켜 줬다. 딸은 핸드폰, 나는 <<토지>>를 꺼냈다. 강포수가 귀녀가 낳은 핏덩이를 데리고 사라지는 대목이다. 진짜 이 남자 뭐야. 가슴이 저리다. 부디 강포수 아들이기를. 한창 이야기에 빠져 있는데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 있어? 빨대 하나 갖고 뭐 이렇게 빡빡하게 굴어?"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알바생이 쩔쩔매며, 일회용품 규제 때문에 한 잔 당 한 개니 양해해 달라고 말한다. "참말로, 그리 인심 사나워가지고 무슨 장사를 하겠다고! 애가 좀 쓴다는데 그깟 것 하나가 아까워? 이 집 못 쓰겠고만!" 어린 꼬마를 가운데 앉혀 두고 늙지도 젊지도 않은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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