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 오브 성남: 시장님들이 다 감옥에 간 사연

남궁민
남궁민 인증된 계정 · 판교와 여의도 사이
2023/01/30
성남시는 재밌는 도시다. 시민이 먼저 형성되고 시가 만들어졌다. 각성한 국민이 먼저 나타나고, 이들이 나라를 발명한 미국과 비슷하다. 개발 독재 시대 국가가 나서 도시를 조성하고 시민이 이주해 온 여느 수도권의 도시와도 다르다.

1995년 첫 민선 시장 이후 단 한 명을 뺀 모든 시장이 구속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 독특한 배경을 알아야 한다.


탄생 신화가 있는 도시, 성남

개국 신화는 교과서에 단 한 줄 나오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1970년대 경제 성장에 불이 붙자 서울로 사람이 몰려들었다. 봇짐을 들고 서울역에 내린 이들은 그 주변에 사는 빈민이 된다. 그렇게 서울역 건너편과 청계천을 따라 판잣집이 들어섰다.

서울시장이 청와대에 불려간다. VIP께서 하루에도 여러 번 지나다니는 수도 한복판에 지저분한 슬럼가가 웬 말. 조그만 동네면 재개발을 빌미로 밀어냈겠지만, 수십만의 빈민을 몰아내는 데는 더 웅대한 계획이 필요했다. 이 총대를 서울시장이 멨다.

아무리 낡은 집이어도 사는 곳은 소중하다. 더군다나 먹고살려고 올라와 사는 사람에게 서울을 떠나라고 하긴 더 어렵다. 그래서 당근을 흔든다. 서울시장은 이 일대 거주민에게 멋진 새 집을 지어주고 직장까지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순진했던 시절이다. 한성 판윤이 그렇게 약속을 하니 이주 신청이 쇄도했다. 나라에서 하는 말은 철썩 같이 믿기도 했던 낭만이 있었던 것. 서울시장이 약속한 곳은 서울 남동부 외곽에 있는 광주시의 널찍한 땅이다. 여기로 가겠다고 신청한 이만 10만 명이 넘었다.

가나안의 꿈을 안고 경기도 광주시로 간 이들은 금세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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