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당대사 - <노무현 트라우마>를 읽고
2022/12/17
#산하의오책 우리의 당대사
– <노무현 트라우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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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있다가 훌쩍 먼저 가 버린 사람들은 아무래도 생전보다는 나은 대접(?)을 받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아는 안타까움과 그 사람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하는 가정법의 그리움이 더해지고, 그와의 생전의 추억들이 아름답게 포장돼 뇌리를 흐르고 보면 상당한 미화(美化)가 완성된다. 살아 있을 때 아웅다웅 팔뚝 걷었던 사람이라도 가고 나면 그만한 인물이 없게 마련이다. 하물며 살아서도 뭇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그에 부합할 만큼의 삶을 산 이들이라면 미화의 꽃길을 넘어 신전(神殿)의 기둥을 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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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라는 이름도 그 중 하나다. ‘노빠’라고 불린 적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으며 하다못해 노사모도 아니었지만 나는 그 이름을 들으면 지금도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에게 한 표 던지기는 했지만 정치적으로 지지했다고 하기는 뭐하고, 오히려 날 선 소리를 자주 했던 기억이 많지만, 그가 보여 주었던 생의 흐름과 굽이들 곳곳이 내 감정선을 자극하는 탓이다. 13년 전의 봄, 그가 훌쩍 떠나 버렸을 때 그 후 1주일 동안 하루에 열 번이 넘게 화장실을 갔었다. 뉴스를 보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는 눈물이 흘러서 부리나케 세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뿐 아니라 촬영을 나가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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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후 우리의 당대사, 즉 대한민국이 겪은 13년의 역사를 돌이키면서 나는 노무현에게 깊은 불만 한 가지를 품게 됐다. 그는 그렇게 죽어서는 안되었다. 그의 죽음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불현듯 머리 속을 스친 건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였고, 끝까지 ‘노무현답구나’ 하는 한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벌어지지 않아야 할 일이었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5년 동안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다는 책임감 넘치는 노무현이라면 그러면 안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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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죽음이 오늘의 한국 사회를 뒤덮는 데드 매치(?), 즉 우리편 아니면 다 죽어라는 식의 ...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