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냐?"며, 지금 떨고 있니?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4/06/04

"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냐?"며 3년 넘게 피해자들 희롱한 그 놈 맞나
첫 공판에서 연신 울먹여..."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퇴장하며 혼잣말 반복

© 연합뉴스
서울대 동문 등 여성 수십 명의 사진으로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유포하고, 피해 여성들에게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며 희롱한 ‘서울대 딥페이크 성착취 사건’ 주범 박모씨(40, 텔레그램 닉네임 '김T')가 첫 재판에 섰다. 박 씨는 2022년 7월 중순부터 2024년 4월 3일 검거 직전까지 에디터와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눴던 인물이다. 그가 온라인에서 범죄를 저지를 때 피해자의 존엄을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짓밟았는지 아는데, 벌벌 떨며 재판장에 입장하는 박 씨를 보니 텔레그램 속 범죄자와 같은 사람이 맞나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약 700일 전, '최근 서울대 동문이 광범위하게 저와 같은 피해를 본 정황을 포착했습니다.'라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가 설명한 피해 사실은 피해자 개인 SNS에 올라온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하여 피해당사자의 텔레그램에 신원 불상의 아이디를 통해 성적으로 모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제3의 동문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합성한 피해자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마찬가지로 성적 모욕을 일삼는 방식이라는 내용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텔레그램 아이디는 '김T'였고, 그가 누군지 알아 내기 위해 '피해자를 능욕하려는 30대 남성'으로 위장해 텔레그램에서 2년 가까이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 과정에서 그가 '서울대' 출신이라는 여러 정황 증거, 알고 있는 피해자, 피해자와 관계 등을 알게 됐다. 

텔레그램이라는 은둔 세계에 꼭꼭 숨어 있던 그를, 현실에서 만난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첫 공판을 앞두고 심장이 너무 뛰어 잠이 오지 않았다. 3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재판장에 노트북을 들고 온 기자가 14명이나 참석했다. 재판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퇴장하는 순간까지, 텔레그램 안에서 보던 놈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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