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에 “벌써 퇴근했냐”… 회사가 동생을 살해했다 [회사에 괴물이 산다 12화]
2024/10/02
한 세계가 사라졌다. 가족을 끔찍하게 아끼던 막내이자, 고양이 루시와 루니의 다정한 집사. 언니를 잘 따르던 착한 동생. 누구와도 잘 지내던 둥글둥글한 사람. 예쁜 걸 모으고 꾸미는 걸 좋아하던 사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꿈꾸며 모든 순간 성실했고, 무엇이든 열심이던 그런 사람. 민순이라는 귀한 세계가 어느 날 사라졌다. 고작 서른여섯의 나이였다.
“내 앞날이 너무 깜깜해서 그냥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다.”
민순 씨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민순이라는 세상이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왜 사라져야만 했는지 물음으로써, 그 세계의 무게를 잊지 않음으로써, 사라진 세계는 여기 남아 있다.
그런 동생이 울기 시작했다. “떼굴떼굴 구르면서 펑펑”.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향미 씨는 동생을 진정시켜봤지만, 터진 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상사 때문에 괴롭다고 동생은 대성통곡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매일 야근을 하는 걸 보고 일이 많은 줄은, 그래서 힘든 줄은 알고 있었다. 향미 씨는 회사라는 데가 원래 그런 곳이라고 생각했다. 향미 씨 자신도 유명 게임업체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즈음 그 회사에서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향미 씨와 부모님은 동생에게 퇴사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주 하고는 했다. 그래도 동생이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착하디 착한 동생이 그렇게 우는 걸 보니 향미 씨는 화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날 바로 관할 노동지청에 회사를 신고하고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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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에 상담을 갔을때 제대로 된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좋을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