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아에오(1)] 프롤로그

케이크여왕
케이크여왕 · 평범함을 꿈꾸는 엄마
2024/03/17
이 글은 공개될 날을 기다리며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글이 공개됐다는 것은 아이가 자립했다는 뜻일 것이다. 자립하기 전에 그냥 공개하면 안 되냐는 남편의 질문에 나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상처받을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자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편견이 매일매일 나에게 생채기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똑똑한 애들이 저렇게 될 수 있다더라고"
“자폐 아이는 나라에서 돈 많이 나오죠?”

순식간에 나를 베어버린 삿된 공기의 울림은 이런 운명에 처하게 만든 하늘을 원망하게 했다. 나는 자폐라는 말이 내 입 밖으로 나오면 그것이 진짜가 되어 버릴까 봐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 단어를 무심코 내뱉는 사람들이 있어서 진저리치게 싫었다. 나는 자폐라는 단어가 너무 싫어서 그저, 아이가 말이 느리다는 말로 상황을 얼버무리며 몇 년을 버텼다. 그렇게 자신조차 속여가며 버티던 어느 날, 아이의 담당 주치의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장애 등록을 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하며 서류를 받아가라고 했다. 그것을 들고 나는 주민센터를 찾았다. 다른 엄마들은 장애 등록을 하고 복지카드를 받은 날 마음이 너무 헛헛해서 그렇게나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날조차도 울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잠시 사회의 힘을 빌릴 뿐, 금세 딛고 일어서리라 생각했다.

사실 나는 엄마와의 애착 형성을 그리 믿는 편은 아니다. 누군가와 적절하게 관계를 맺는다면 굳이 엄마가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가 옆에 있는데도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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