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지적은 좋았으나 - 정치적 부족주의

송진영
송진영 ·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
2024/01/01

이 책을 보다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든 책이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마치 퍼즐조각에서 없어진 퍼즐조각을 발견하는 것처럼 앞과 뒤가 맞춰진다. 

저자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ABC도 모른 상태로 외교를 했고, 눈감고 외교를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거다. 왜? 실체적 현실인 부족주의를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대로 봤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고 동감했다.

한국에서 살다보면 부족주의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아니 느낄 수가 없다. 저자가 말하는 부족주의라는 건 말 그대로 다양한 부족이 살아야 하는데 한국은 지역주의나 다른 분열되는 기준이 있긴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사례만큼 극단적인 형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족주의는 세계 곳곳에 실재하고 있으며, 그런 요인을 무시하고 그저 선의로만 접근할 때 우리는 그 선의에 대해 배신당하고 세계는 더 화약고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조금 더 단순하게 해석해보자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독일의 사례가 특이 케이스이지, 그들을 일반적인 케이스로 놓고 접근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차라리 유고연방이나 베트남을 사례연구의 표본으로 쓸 것을 저자는 권하고 있다. 

세계사 지식이 더 있다면 더 깊이 즐길 수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굳이 깊은 세계사 지식이 없더라도 저자가 친절히 설명해주면서 이끌어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이 저자의 손을 잡고 따라가보면 된다.

다만, 마지막에 도착한 결론이 허약한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아니 어쩌면 거대담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이상 결론이 허약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해야할까. 

세상을 조금 더 정밀하게 묘사한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9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집단 정체성은 '국가'가 아니라 인종, 지역, 종교, 분파, 부족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미국의 안보에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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