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전임자의 편지[1] : 절박함은 소통을 방해한다
2023/09/04
오늘 제가 다니는 교회의 설교 제목은 ‘보잘것없는 서로를 존경하는 믿음’이었습니다. 시기가 시기였을까요, 아니면 원래 설교시간마다 하던 딴 생각의 발동이었을까요? 저는 ‘보잘것없는 내가 어쩌다보니 노동조합의 지부장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에서부터 설교와 아무런 상관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노동조합 지부장으로 나서게 된 것은 우연이었으며 갑작스런 선택이었습니다. 전임 노조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진행된 노동조합 지부장 후보 모집이 세 번이나 무산되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던 선배 기수에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결정을 했습니다. 그 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다음 기수에 제가 속했거든요.
아무도 안 나오겠다는 노동조합 지부장에 출마하겠다고 손을 든 이유는 일종의 의무감이었습니다. 노동법을 공부하며 써왔던 글들. 노동자의 단결권이 중요하다며 역설하던 주장들. 이런 글들이 제 목덜미를 조여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피한다면 이 부채감이 평생을 쫓아다니겠구나. 더 이상 글에서 노동자니, 단결권이니 운운하지 못하겠구나. 그것을 피하려면 답은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지부장 후보로 나가는 것이었지요. 학창시절 반장으로도 한 번 나서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