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낳지도 잘 죽지도 않는 나라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3/12
저출생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는 잘 태어나지 않고 잘 죽지도 않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수도권은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 티가 안 나고 실감이 안 날 수도 있다. 지방소멸도시에 와 있으면 정말 실감난다.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을 보기 힘들다. 한 달 넘게 와 있는 동안 아이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경비실 앞 택배 선반에는 이 아파트에는 노인들이 주로 사니 무거운 택배는 집앞까지 배송해달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지금 내가 와 있는 카페는 노인들만 가득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분은 프랜차이즈 카페에 와서 쌍화차를 찾으신다. 이 분도 곧 아메리카노에 적응하실 수도 있고, 쌍화차가 메뉴에 추가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낳지도 않고, 잘 죽지도 않는 나라의 중요한 의제는 돌봄일 수 밖에 없다. 내 경험으로는 저출생의 원인 중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돌봄이다. 출산에서부터 육아, 교육, 그 이후 부모의 관심사는 자녀의 생애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고령화의 결과로서 돌봄은 노화, 간병, 그리고 죽음이다. 나는 지금 엄마를 돌보게 되면서 그동안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고령화 사회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저출생 극복을 위해 유연근무나 육아휴직 등 제도를 내세우고 있다. 야당의 총선 1호 공약은 간병비 의료 급여화다. 뻔하게도 여당은 젊은 층을, 야당은 노인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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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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