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아이를 기다리는 100일의 준비

김형찬
2023/06/30
“딸아이가 계류유산을 했어요. 그런데 수술 하고 며칠 있다가 다시 직장에 나갔어요. 병원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영 마음에 걸려서 데리고 왔어요.”
   
몇해 전 결혼을 앞두고 엄마와 함께 왔던 분이 이번에는 아픈 이야기와 함께 내원했다. 상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몸보다 유산에 대한 상실감이 더 커서 힘들어 보였다. 임신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고,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시기인데 아이가 생겨서 부담도 되었는데, 그런 생각 때문에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도 했다. 
   
“환자분 잘못이 절대 아니죠.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임신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잘 준비해서, 몸과 마음이 충만해졌을 때 다시 아이를 맞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지금의 슬픔보다 배로 큰 기쁨을 주는 아이가 찾아올 겁니다.”
   
계획대로 임신이 안되거나, 반복적인 유산으로 고민하는 환자들을 꽤 자주 본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경우는 산부인과 진료를 병행하거나 유산 이후 건강회복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많은 분들이 임신에만 초점을 맞추고 서두르는 마음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실패를 되풀이하기 쉽다. 그런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서 우울감과 예민함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 그래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회복한 후 아이를 가질 것을 권한다. 그래야 엄마는 물론 태어나는 아이의 건강에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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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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