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혐오의 학습

Rooney Kim
Rooney Kim · 글쓰는 마케터
2023/06/25
https://unsplash.com
경험의 공유라는 이름으로

감정은 생각보다 쉽게 전이된다. 어떠한 방해와 조작이 있더라도 자신의 감정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을 거라는 굳은 믿음과 정신력으로 버티려 해도 소용없음을 느낄 때가 많다. 쉽게 전이된 감정은 쉽게 변질된다. 여기서 변질은 한 방향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때론 검게, 때론 하얗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티끌만 한 이유로 변한 감정을 보고 있자면 마치 자아가 두 개 이상은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게 전복된 감정의 회랑에서 배회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왜 굳이 내 일도 아닌 것에 이렇게 사로잡혀 내 일상의 평온한 감정을 날려버렸을까?

망가진 기분은 좀처럼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때문에 평이했을 휴일의 오전도 즐거웠을 오후도 휘발되어 날아간다. 나의 일상에 생채기가 났고 망친 기분은 내 과거의 한 조각이 되었다. 그렇게 망가진 감정은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 분노로 이어진다.

이유 없이 사람을 죽여?
그런 일을 벌인 게 여자라고?
맞아, 그 범인, 남자일 줄 알았어.
이게 다 외국인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그런 거야.
20대라고? 그럼 그렇지.
4,50대 아재들이 또?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가 넘쳐나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던 일들도 어느새 나의 감정이 되었고 분노로 이어졌으며 이는 곧장 혐오를 향해 달려간다.

혐오는 누적된 분노의 총합이다. 단 한 번의 분노로 혐오가 발생할 수 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체험한 다중의 경험을 바탕으로 혐오가 탄생한다. 직접과 간접을 떠나 경험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지만 개개인에게 경험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주변을 떠올려보고 나의 말을 복기해 보면 금새 이해한다.

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나 거기 갔다 왔잖아. 내가 직접 경험한 거라니까.
TV에서 봤어, 유튜브에 다 그 얘기더라.
뉴스에 온통 그 소식이다. 치가 떨린다 아주.

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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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작가 • 스타트업과 직장 생활 • 대중문화 • 영감과 깨달음 웹소설, 에세이 그리고 아이유 연대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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