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권석준의 테크어댑팅 인증된 계정 · 첨단과학기술의 최전선을 해설합니다.
2023/05/01
'반도체' 하면 사람들은 흔히들 실리콘을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실리콘은 자연에서 채취하는 자원은 아니고 모래에서 출발한다. 모래의 주성분은 산화규소 (SiO2)이며, 산화규소를 환원하여 순수한 실리콘 결정을 만들고, 이를 얇게 자른 웨이퍼 위에 트랜지스터가 잔뜩 집적된 반도체 칩을 생산한다.

왜 반도체는 실리콘을 쓰게 되었을까? 실리콘은 탄소와 더불어 4족 원소, 즉, 결합을 4개 할 수 있는 원소라서 그럴까? 물론 그런 이유도 없잖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SiO2, 즉, 앞서 언급한 산화규소를 자연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좀 이상하게 들린다. 애초에 순수한 실리콘을 얻기 위해 산화규소 덩어리인 모래를 처리했던 것 아닌가? 그렇게 힘들게 얻은 실리콘을 왜 다시 산화규소로 돌린다는 것인가? 사실 순수한 실리콘은 산소를 만나면 표면이 얇은 피막으로 덮이는데, 그것이 바로 산화규소다. 대부분의 산화물들이 그렇듯, 산화규소도 전기를 잘 통하지 않는 절연체다 (사실은 실리콘 자체가 반도체다. 1.12eV 정도의 에너지띠간격 (bandgap)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자체도 은이나 구리 같은 금속에 비하면 전기를 잘 안 통하는 물질인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실리콘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4족 원소이기 때문에 불순물을 제법 잘 받아들인다. 특히 실리콘은 순수한 결정 상태에서는 체심입방격자 (body-centered cubic, BCC) 구조를 갖는데, 이 구조물의 결정 격자에는 불순물 원자들이 꽤 많이 들어갈 수 있다. 실리콘에 불순물을 주입하면 전기적 중성이 깨지며, 이온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실리콘의 전기전도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만약 불순물이 잘 주입된 실리콘 위에 산화규소 피막이 얇게 덮여 있다면 이들은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잘 통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전기적 신호의 스위칭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실리콘 산화막이 없을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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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 방법을 토대로 자연과 사회를 해석합니다. 반도체, 첨단기술,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의 교육,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도체 삼국지 (2022)', '호기심과 인내 (2022, 전자책)'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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