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과학 이야기 7 유사 과학의 탄생 2

박재용
박재용 인증된 계정 · 전업 작가입니다.
2024/02/23
의도적 왜곡

유사과학이 만들어지는 조금 더 질이 나쁜 경우도 있습니다. A라는 유전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칩시다. 어떤 사람이 전체 인구의 99%이고 A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1% 정도를 차지합니다. 소수지요. 어떤 이가 두 집단의 범죄 발생률을 조사합니다. 조사 결과 A집단의 범죄율은 일반인들보다 60%나 더 높았습니다. 

이 사람은 이를 토대로 A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으니 정부에서 특별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발표합니다. 일부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정치인들 중 일부가 동조해서 특별입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다른 과학자가 의문을 가지고 이 사람이 조사한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데이터에는 일반인은 평균 1000명 중 5명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고, A집단은 1000명 중 8명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두 집단의 범죄 발생률은 0.5%와 0.8%였습니다. 이게 의미 있는 결과일까요? 고작 3명 더 범죄를 저지른다고 1000명을 감시하고 관리한다는 게 옳은 일일까요? 
그런데 실제로 이런 식으로 통계를 악용하고, 왜곡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있어서 과학의 탈을 쓴 혐오가 나타납니다. 저 A에는 피부색이 들어갈 수도 있고, 동성애가 들어갈 수도 있고, 지역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종족이 들어갈 수도 있고, 종교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통계의 왜곡에는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는 방법도 동원됩니다. 1970~80년대에 걸쳐 우리나라의 독재정권은 전라도 출신들을 차별합니다. 정부 공무원이 되기도 힘들고, 군대나 기업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래서 수도권의 전라도 출신들의 경우 사투리를 잘 쓰지 않고 자기 출시지역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영남의 경우 그런 차별이 없고 오히려 우대를 받는 경우도 있으니 사투리를 쓰지 않을 까닭도 없고, 지역을 숨길 이유도 없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사투리도 쓰지 않고 지역을 숨기니 음험하다고 그래서 전라도 ...
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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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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