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 자녀의 명절] 우리는 시댁이나 처가에 가는게 아니야

대문자F · 그리 가볍지 않은 일상들
2024/02/10
그리 즐겁지만은 않아.

픽사베이

부모님이 이혼하신건 벌써 십여년이 훨씬 지난 일이다.
내가 성인이 되던 해에 이혼을 하셨으니 아마 두 자녀가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나이까지 기다리시고 또 기다리시고 오랜시간에 걸쳐 내린 결정이었을거라 이해가 된건 얼마되지 않았다.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먹고,
어른들의 걱정 섞인 잔소리도 듣고, 능청스럽게 또 넘기기도 하고,
한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집안 어른들의 주름의 개수도,
어느새 내 키를 따라잡은 친척 동생의 성장도,
연애를 시작한 친척 누나의 이야기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누가 용돈을 더 많이 받았나 누나와 봉투를 세는 일도,
일 년에 몇 없는 명절에나 보는 장면들이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 내가 기억하는 명절은 이렇다.

부모님이 이혼을 한 해, 두 성인 자녀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이번 명절에 어느집에 갈거니?"
평소에 연락이 잘 없던 집안 어른들의 전화다. 
그때부터였던가 우리에게 명절은 제법 묵직한 고민이 되었다. 

2. 우리는 시댁이나 처가에 가는게 아니야.

두 집안의 기싸움에 단단히 끼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친가에 먼저 와야지"
"지난 해에도 당일에 못왔잖니, 이번엔 외가에 먼저 와"
두 집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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