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따뜻한 밥상을 마주할 순 없을까
[월간 옥이네 Vol.68] 특집 '혼자의 밥상'
물에 만 밥에 장 하나, 김치.
물에 만 밥에 장 하나, 김치.
농촌 노인들의 흔한 밥상 풍경이다. 누가 봐도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밥상이지만, 그걸 몰라서 이렇게 끼니를 때우는 걸까. 사실 초라한 찬 위엔 그보다 짙은 외로움이 깔려있는지 모른다.
월간 옥이네는 홀로 살며 혼자 끼니를 챙겨야 하는 면 지역 노인들의 밥상을 살펴봤다. 더불어 함께 나누는 밥상을 실현하는 현장을 담는다. 바야흐로 ‘혼밥’의 시대, 그러나 여전히 ‘밥은 먹었냐’는 인사가 유효한 우리들의 세계에서 ‘함께 먹고 나누는 것’의 의미를 기록한다. 이 소박한 밥상을 나누는 일이 삶의 토대였음을 기억하며.
#1
1월 17일 옥천읍 가화리에 사는 A(90) 씨가 하루 동안 먹은 것
떡국 한 그릇과 물, 김치 조금. 그리고 혈압약과 당뇨약.
A씨의 하루는 식사 준비로 시작된다. 오전 8시 즈음 이부자리를 벗어난 그는 냉장고를 열어 오늘 먹을 것을 준비한다. 그 나이대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A씨 역시 늘 맨밥에 국 하나 정도로 식단을 차려낸다.
오늘은 마침 설을 앞두고 마을 이장이 챙겨다준 떡국이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활동하는 마을 이장은 가족이나 친지의 경제적 지원 없이 홀로 사는 A씨를 위해 월에 몇 번씩 반찬이나 국을 챙겨오는데, 오늘 식사가 조금이나마 명절 기분을 낼 수 있는 것도 그 덕이다.
“9시에 아침 먹고 점심은 안 먹어요. 차리기도 귀찮고 먹을 것도 없어. 평소에는 그냥 밥에 된장국, 미역국 끓여서 먹지. 반찬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데, 이장이 가져다 준 반찬이랑 먹기도 하고, 아니면 김치 놓고 먹어요. 점심을 안 먹으니 저녁은 조금 일찍 먹지, 한 4~5시쯤.”
매일 혈압약과 당뇨약을 챙겨야 하는 그에게 이런 식단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균형 잡힌...
2017년 7월 창간한 ‘월간 옥이네’는 충북 옥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농촌 이야기를 담는 월간지입니다. 옥천 사람과 문화, 역사, 공동체의 이야기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정성껏 기록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