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기후 정책 조합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앞당길 수 있다"

윤신영
윤신영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4/08/26
게티이미지뱅크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도입된 전 세계 기후 정책을 평가한 결과, 전체의 4%만이 대규모 배출량 감축에 성공적으로 기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 별로는 산업과 발전 부문에서는 가격 책정 정책이, 건물과 교통 부문은 인센티브와 규제를 결합한 정책이 효과적이었다. 정책은 하나를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는 여러 정책을 결합할 때 더 효과적일 때가 많았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동연구팀은 1998~2022년의 25년간 전 세계 41개국에서 시행된 기후 정책 1500개를 분석한 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3일자에 발표했다.

기후변화를 막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 190여 나라가 2015년 말 체결한 파리협정에 따르면, 인류는 21세기 말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는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정책을 시행해왔다. 최근에는 각국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통해 직접 목표 감축량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2030년까지 현재 배출량의 절반가량을 줄이겠다고 제시한 상태다(한국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 하지만 최근 UN 추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량은 전 세계적으로 230억 tCO2에 이르는 반면, 이를 목표 대로 달성해가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관련 얼룩소 콘텐츠). 효과적인 정책을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계학습 정책 분석으로 효과적 정책 탐색

연구팀은 각 기후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면,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펼칠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수천 개의 기후 정책이 시행됐지만, 어떤 정책이 효과적이었는지 합의한 적이 없다”며 “파리협정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후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연구 취지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OECD 기후정책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정책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뒤 정책 도입의 효과를 추정하는 기계학습 통계 기법을 이용해 각 정책이 시행됐을 때와 시행되지 않았을 때 시간에 따른 배출량의 변화를 예측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각국의 부문 별 배출량이 대규모(4.5~13% 이상)로 줄어든 경우를 총 69사례 확인했다. 건물 부문에서 24개, 교통과 운송에서 19개, 산업에서 16개, 발전에서 10개였다. 감축 규모는 평균 19.4%였다. 선진국은 48개 사례, 개발도상국은 21개 사례가 확인됐다. 

이어 연구팀은 이런 감축 이전 2년 이내에 수행된 기후 정책을 분별해냈다. 총 63개의 정책 또는 정책 조합이 대규모 배출 감축에 성공적으로 기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감축에 기여한 배출량은 6억~18억 tCO2 사이였다.

특히, 대부분(70%)의 대규모 배출량 감축은 두 개 이상의 정책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영국은 2015년과 2016년 발전 부문에서 큰 감축을 경험했는데,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시스템에서 영국 전력 생산자에게 최소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 가격 하한제 정책이 2013년 중반에 도입된 결과로 그간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대기오염 기준 강화나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지 등 규제 정책과,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 등 시장 기반 인센티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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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정책 '당근-채찍' 조합하면 효과 더 커져
연구팀은 정책 도구를 단독으로 시행하는 것보다 혼합할 경우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건물 부문 금지 및 단계적 폐지를 단독으로만 쓰면 13% 감축 효과가 있지만, 다른 정책과 함께 사용하면 32%로 감축 효과가 크게 늘었다. 단독으로 써도 배출 감축 효과가 큰 정책은 과세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널리 사용되는 규제와 보조금 제도에 보완적 수단을 취하면 배출 감소 폭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부문 별로 어떤 정책 조합이 특히 효과가 큰지도 밝혔다. 교통 및 운송의 경우, 선진국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정책은 통행료나 자동차세 등 가격 정책이었다. 여러 정책과 함께 쓰일 때는 물론, 단독으로 쓰일 때에도 효과가 높았다. 반면 보조금은 보완 정책으로 쓰일 때에만 효과가 좋았으며, 단독으로는 효과를 본 사례가 없었다. 개도국에서는 규제가 가장 효과가 좋았으며, 단독으로 쓰일 때에도 강력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가격 정책이 효과적이었고, 보조금도 보완 효과가 컸다. 건물 부문은 모든 정책이 효과적이었지만, 선진국은 특히 보조금이, 개도국에서는 규제가 효과적이었다.

한국의 경우 산업과 교통 두 감축 사례가 언급됐다. 산업은 2001~2007년 약 16%의 배출량 감축이 있었고, 재정메커니즘(보조금 정책)과 전기모터 성능 표준 제정(규제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교통 및 운송에서는 2005~2011년 약 15%가 감축됐고, 연료세와 성능표준, 철도 공공지출 등 6개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이 분석한 한국의 산업 부문 감축 사례. 두 개의 정책이 감축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의 인터랙티브 대시보드(https://nikoenig.shinyapps.io/climate-policies-dashboard/explorer/)로 직접 부문별, 국가별 배출 감축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연구팀 대시보드 캡처



연구팀은 “성공적인 정책 조합은 부문마다 다르다”며 “정책 입안자는 기후 정책을 설계할 때 단일한 접근 방식 대신 부문별 모범 사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분석한 41개국 모두가 각 부문 별로 이번 연구에서 도출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골라 시행한다면 2030년 감축할 배출량을 최대 41% 줄일 수 있다”며 “확인된 모범 사례 정책을 세계 다른 지역, 부문으로 확대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강력한 기후변화 완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총 41개국만 다뤘기에 빠진 국가가 많다. 특히 OECD 데이터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 데이터가 누락돼 있다. 연구팀도 논문에서 "지역적으로 불균형한 연구"라고 한계를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연구가 자국 내 단기적 정책 효과만 다뤘는데, 실제로는 기술 개발처럼 자국 외 여러 지역에 효과를 내는 정책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서 다룬 63건의 정책 또는 정책 조합 외에도 배출 감축에 영향을 미친 정책이 추가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기자상을 수상한 과학전문기자입니다. 과학잡지·일간지의 과학담당과 편집장을 거쳤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인류의 기원(공저)' 등을 썼고 '스마트 브레비티' '화석맨' '왜 맛있을까' '사소한 것들의 과학' '빌트' 등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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