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 배부른 돼지냐 기개가 살아있는 인간이냐?
2022/12/31
2018년 12월 개봉한 <최후의 Z>(원 제목 Z for Zakaria) 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핵전쟁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인간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상징성이 강한 영화였다.
여기서 인류 최후의 아담이라 할 수 있는 자카리아(유태교 성자의 이름)는 존(세례 요한)과 케일럽(유다의 후손) 이라는 이름의 두 남성으로 나온다. 앤이라는 여성은 최후의 여성 이브를 상징한다.
세 사람의 최후의 인간들은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의 운명적인 대결과 실용이냐 신앙이냐 등 인간의 기본적 질문을 놓고 갈등을 벌인다. 인간은 세 사람만 있으면 필연적으로 갈등하는 존재임을 암시해 준다. 그러나 나는 극적인 걸 기대했는데 영화는 잔잔하고 좀 싱겁게 끝났다.
영화를 보고 나니 30년쯤 전에 세계적인 논쟁을 일으켰던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이란 책이 생각났다. 일본계 미국 정치학자 후쿠야마가 1989「역사의 종언」을 발표하고 낸 후속 저서이다.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The Last Man)
책의 주제는 소련의 멸망과 공산권의 붕괴로 자유민주주의가 최종 승리함으로써 역사의 종언이 왔다는 것이었다. 그는 역사 철학의 두 기둥인 헤겔과 마르크스 그리고 그들의 후계자인 알렉상드르 코제브의 이론을 종합하여 역사를 움직여온 동력(動力)을 욕망 실현을 위한 경제발전 투쟁과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한 투쟁으로 분석했다.
지금도 책의 큰 줄거리가 생각난다. 공산주의는 경제적 번영을 위한 투쟁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시장경제를 이길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정을 위한 투쟁에서도 보편적 인권의 챔피언인 자유민주주의를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공산주의의 군사적 이념적 공세에 위협을 느끼던 자유 세계에서는 복음과 같이 반가운 소식이었고 공산권이 아직 망하기 직전에 쓴 글이라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
대학에서 국제 정치학과 정치 철학, 그리고 남북한 관계와 중국 문제를 연구하고 강의하였으며 대학 총장을 역임하였다. 금강경 연구, 원효와 백성욱 박사에 관한 논문을 쓴 불교 연구자이다. 본명은 정천구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