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ng and winding load #1. Prologue

글빱 작가
글빱 작가 · 글빱 작가
2022/08/12
#1. Prologue



‘때르르릉~ 때르르릉~’’

하루에도 수백 번 울려대는 모니터 옆 전화 벨소리.
백 번은 직원들 업무 확인 전화, 백 번은 고객 불만 전화.
일단 목소리부터 크게 질러야 직성 풀리는 한국 사람처럼 전화벨은 언제나 요란스럽다.

심장이 팔딱~팔딱 두근두근할 때르릉 벨소리는 오늘도 옴짝달싹 못하게끔 내게 최면을 건다.

'파블로푸의 종소리. 젠장'

종종 혼자서 중얼거리지만 개마냥 침은 질질 흘리진 않고 등골만 이따끔 오싹한다.

사무실 전화 응대는 내 회사 생활을 이어주는 주요 일과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하기 싫은 업무이기도 하다.
감정 노동 스트레스 1위가 텔레마케터란 통계가 괜히 나온 건 확실히 아니다.
내 온 몸도 1위 달성에  한 몫했으리라.

이렇듯 전화 벨소리는
마누라보다 더 많이 귓가를 '사사삭' 속삭이는 존재이자 내 아킬레스 건이다.

‘때르르릉~ 때르르릉~’’

두 번째 울림이다.
좋든 싫든 이제는 받아야 한다.

"후,,"

늑막에서부터 이끌려 나온 짙은 한숨.
언제나 벨 울림과 동시에 터진다.
'때르르릉' 보다 가끔 앞서 나오기도 했지만 특별한 약속은 없었다.

왼손으로 가볍게 수화기를 집어 올려 왼쪽 귓바퀴에 바짝 갖다 댔다.
15cm 만한 선홍빛 왼쪽 심장은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대동맥 혈관을 타고 올라 대뇌 피질의 전전두엽까지 냉각된 느낌.
차디찬 AB형 혈액과는 달리 내 고객 응대 멘트는 언제나 맑고 따뜻하다.

흔히 알고 있는 도레미파솔~♬의 솔톤 고객응대법.
언제나 나를 포근한 사량인냥 포장한다. 어쩜, 그 맛에 이 일을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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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세 가지. 책, 술 , 여,, 아니 이제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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