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권토중래의 꿈: 래피더스의 한계
2023/01/18
지난글 (https://alook.so/posts/latO6l3) 에서는 일본이 최근 미국 IBM과 협력하여 출범시킨 반도체 연합 기업 래피더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본금 770억엔 규모로 출범한 이 회사에 미래는 있을까? 이 회사의 구조적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본과 기술의 문제에 국한된 것일까?
래피더스가 앞으로 몇 년 안에 2 나노 공정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자본과 기술적 여건이 형성되었다 가정해 보자. (물론 가혹한 가정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제때 양산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즉, 충분히 경제성 있는 수율이 확보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GAAFET, MBCFET 같은 2 나노 이하급 초미세 공정에 활용되는 차세대 FET (전계효과트랜지스터) 구조의 집적 공정에 대한 특허는 TSMC와 삼성전자, 그리고 IBM이 대부분 가지고 있다. 이를 피해 IBM의 특허 받은 구조를 비롯, 다른 구조의 트랜지스터를 채용하여 초고밀도로 집적 공정을 개발하는 것에는 큰 모험이 따른다. 왜냐하면 래피더스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 (소니, NEC, 키옥시아 (전신은 도시바))는 10 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통해 고밀도 트랜지스터 집적 공정을 12인치 웨이퍼 스케일에서 양산해 본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IBM이 가지고 있는 나노쉬트 기반 FET 특허 (일부 GAAFET으로 응용 가능), 그리고 후공정에 쓰일 수 있는 3차원 적층 기술 특허를 이전받아 고성능 반도체칩을 제조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IBM은 주로 선행 기술을 개발하여 기술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이를 반도체 기업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온 기업이다. IBM이 가지고 있는 2나노급 이하에 적용될만...
래피더스가 앞으로 몇 년 안에 2 나노 공정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자본과 기술적 여건이 형성되었다 가정해 보자. (물론 가혹한 가정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제때 양산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즉, 충분히 경제성 있는 수율이 확보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GAAFET, MBCFET 같은 2 나노 이하급 초미세 공정에 활용되는 차세대 FET (전계효과트랜지스터) 구조의 집적 공정에 대한 특허는 TSMC와 삼성전자, 그리고 IBM이 대부분 가지고 있다. 이를 피해 IBM의 특허 받은 구조를 비롯, 다른 구조의 트랜지스터를 채용하여 초고밀도로 집적 공정을 개발하는 것에는 큰 모험이 따른다. 왜냐하면 래피더스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 (소니, NEC, 키옥시아 (전신은 도시바))는 10 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통해 고밀도 트랜지스터 집적 공정을 12인치 웨이퍼 스케일에서 양산해 본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IBM이 가지고 있는 나노쉬트 기반 FET 특허 (일부 GAAFET으로 응용 가능), 그리고 후공정에 쓰일 수 있는 3차원 적층 기술 특허를 이전받아 고성능 반도체칩을 제조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IBM은 주로 선행 기술을 개발하여 기술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이를 반도체 기업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온 기업이다. IBM이 가지고 있는 2나노급 이하에 적용될만...
과학적 사고 방법을 토대로 자연과 사회를 해석합니다. 반도체, 첨단기술,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의 교육,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도체 삼국지 (2022)', '호기심과 인내 (2022, 전자책)'가 있습니다.
Chip3(?)가 한국을 궤멸 시키는 상황이 오면, 미국은 다시 일본에 첨단 반도체를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므로 역시 원치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한국/대만/일본이 피터지게 경쟁하면서 그 과실을 미국이 따먹는 구도를 원할 것이므로, 일본을 키워서 군사적 위험에 빠질 위험이 별로 없는 경쟁자 하나 더 만들자는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코멘트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칩의 설계가 레이아웃 수준에서부터 이제는 최적화의 싸움으로 변하고 있어서, 그렇게 설계된 레이아웃을 과연 파운드리 업체들이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왜 일본인가를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미국이 아주 밀접한 동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국가는 이른바 Five eyes 로 불리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그중에서도 AUKUS인 호주와 영국, QUAD에서는 일본와 인도, 호주가 들어갑니다. 그외, 군사적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 등이 주요 맹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국가 중에 반도체 제조업에서 힘을 쓰고 있거나 힘좀 써본 경험을 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습니다. 영국에는 ARM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설계일 뿐, 제조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면 한국과 더 밀접한 협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미 한국은 과점할 정도로 일부 제조업에서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생각하는 global supply chain의 안정화 옵션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호시탐탐 권좌로의 복귀를 원하는 일본을 선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옵션일 것입니다. 여전히 1억이 넘는 내수 시장, 그리고 탄탄한 제조업와, 반도체 장비/부품/소재 업체들의 생태계, 그리고 이제 점점 개방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더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일본-미국 협력 뿐만 아니라 일본-대만-미국 협력체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이 끼면 Chip4가 완성되겠지만 한국-일본의 관계, 한국-대만의 관계는 아시다시피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닌데, 일본-대만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훨씬 좋고, 실제로 일본-대만의 반도체 협력은 TSMC의 일본 진출을 계기로 더욱 밀접해지고 있죠. 이러한 상황이 더 구체화된다면 본격적인 일본-대만 협력이 확장될 것이고, 미국은 생산력의 다변화를 원하니 이 협력 구도를 미국이 지지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일 간의 반도체 협력 뿐만 아니라, 미-일-대만의 삼각 반도체 협력 (이것을 Chip3라고 명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도의 출현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사전에 정부간 소통 채널을 더욱 강화하고,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 더 진출하고 협력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율"에 대한 격차가 중요하다는 말이 많이 와 닿습니다. 그런데 요즘 비즈니스 분석도구와 어셋이 발달하다 보니, "수율 최적화"의 알고리즘도 AI나 기계학습을 통해 이전보다는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데이터셋"만 확보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서요.
저도 "왜 일본일까?"가 궁금합니다. 사실 미국의 기술 패권은 "정부의 뒷배"가 작용한 경우가 많아서, 미국이 시장의 판을 흔드려는 것은 예상도 했는데, 그 파트너가 일본이라는 것은 다소 예측 밖의 일이네요. IBM이 친일본적 기업이라는 것 외에는 연결지점이 없는데... 인적 자원의 문제인지 새로운 공급망의 설계인지.
다음 편이 궁금해 집니다.
좋은 코멘트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칩의 설계가 레이아웃 수준에서부터 이제는 최적화의 싸움으로 변하고 있어서, 그렇게 설계된 레이아웃을 과연 파운드리 업체들이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왜 일본인가를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미국이 아주 밀접한 동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국가는 이른바 Five eyes 로 불리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그중에서도 AUKUS인 호주와 영국, QUAD에서는 일본와 인도, 호주가 들어갑니다. 그외, 군사적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 등이 주요 맹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국가 중에 반도체 제조업에서 힘을 쓰고 있거나 힘좀 써본 경험을 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습니다. 영국에는 ARM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설계일 뿐, 제조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면 한국과 더 밀접한 협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미 한국은 과점할 정도로 일부 제조업에서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생각하는 global supply chain의 안정화 옵션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호시탐탐 권좌로의 복귀를 원하는 일본을 선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옵션일 것입니다. 여전히 1억이 넘는 내수 시장, 그리고 탄탄한 제조업와, 반도체 장비/부품/소재 업체들의 생태계, 그리고 이제 점점 개방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더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일본-미국 협력 뿐만 아니라 일본-대만-미국 협력체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이 끼면 Chip4가 완성되겠지만 한국-일본의 관계, 한국-대만의 관계는 아시다시피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닌데, 일본-대만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훨씬 좋고, 실제로 일본-대만의 반도체 협력은 TSMC의 일본 진출을 계기로 더욱 밀접해지고 있죠. 이러한 상황이 더 구체화된다면 본격적인 일본-대만 협력이 확장될 것이고, 미국은 생산력의 다변화를 원하니 이 협력 구도를 미국이 지지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일 간의 반도체 협력 뿐만 아니라, 미-일-대만의 삼각 반도체 협력 (이것을 Chip3라고 명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도의 출현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사전에 정부간 소통 채널을 더욱 강화하고,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 더 진출하고 협력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