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 5 : 하나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기존의 용법과 새로운 시도의 균형

조영준
조영준 인증된 계정 ·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3/01/02
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네이버 영화 [탑] 스틸컷
[넘버링 무비 5] 영화 <탑>
하나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기존의 용법과 새로운 시도의 균형

01.
중년의 영화감독 병수(권해효 분)는 딸 정수(박미소 분)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이너 해옥(이혜영 분)의 건물을 찾는다. 미술을 그만두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 하는 딸을 소개하고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해옥의 소개로 비좁고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진 건물을 구경한다. 4층 건물을 매입해서 직접 고쳤다는 디자이너의 소개로 병수와 정수는 2층에 있는 원 테이블 식당에서부터 옥탑까지 건물 곳곳을 소개받는다. 각층의 방을 모두 구경한 끝에 지하 작업실에서 다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세 사람. 갑작스럽게 걸려온 영화사 대표의 전화를 받고 감독이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어색하게 남게 된 두 사람만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언제부터였을까? 홍상수 감독이 영화에서 조금씩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극의 형식보다는 이야기와 대화에 중심을 두고 있던 그의 영화가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 지난 작품 <소설가의 영화>(2022) 마지막에 등장했던 장면이 그랬고, 그의 또 다른 영화 <인트로덕션>(2021)에서 제목 그대로 서문의 형식을 활용하던 아이디어가 그랬다. 원래의 무게 중심을 버리고 새로운 중심을 찾아간다는 느낌은 아니다. 이전까지의 작품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던 인물과 대화의 결은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어떻게 하면 그것들을 조금 더 색다르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하나 둘 시도되고 있는 듯 보인다.

그의 스물여덟 번째 영화 <탑> 역시 동일한 맥락 위에 놓여있다. 영화 속 모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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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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