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투병일지] 1. 놀랍도록 아무렇지 않았다

문희정
문희정 · 작가. 아이와 글을 부둥키고 삽니다.
2024/04/16
[갑상선암 투병일지]
놀랍도록 아무렇지 않았다



24. 1. 15
크기는 작지만 모양은 좋지 않다던, 오래 지켜보던 녀석의 조직검사를 했다. 목 왼쪽 아주 작은 크기의 결절로 이 녀석의 존재를 안지는 꽤 오래되었다. 초음파를 한 건 세 번째인가 네 번째 정도. 매번 아직은 더 지켜보자 결론 났는데 이번엔 달랐다. 더딘 속도지만 크기가 커졌다고 한다. 

“5미리가 넘었으니 조직검사를 해보죠.” 
“네.” 
“크기는 작아도 모양이 나쁘다고 얘기 했었죠. 악성인지 양성인지 결과를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선택하게 얘기해 줄게요.”
“네네.”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했다. 조직검사의 좋은 결과와 안 좋은 결과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암이거나 암이 아니거나 라는 걸까. 악성이거나 양성이라면 뭐가 달라진다는 건가. 암이면 다 걱정해야 할 정도인 거고 아니라면 이전처럼 3개월에 한 번씩 검진만 받으면 되는 건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시술인지 수술인지 일까. 
그러니까 지금 내가 얼마만큼의 불안과 걱정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병원이란 항상 너무 바쁘고 어렵고 조금은 두려워서 할 말을 잃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거의 다 도착해서야 질문할 것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조직검사라는 말이 무언가 본격적이 되는 것 같아서 한 발 물러서고 싶었지만 딱히 조직검사를 안 하겠다 미룰 적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내 이름이 호명됐다. 시술이 얼마나 걸리는지나 물어볼걸. 조금 있다 집에 올 아이 생각이 났다. 

목에 마취 주사를 놓고 굵고 커다란 바늘이 두 번 정도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아프다기보다는 불편했다. 옷자락을 잡은 손끝에 힘이 살짝 들어가는 정도. 만약에 암이라면 앞으로 이렇게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을 몇 번 더 하게 되겠지 같은 생각들을 하며 검사가 끝나길 기다렸다. 

집에 와서 검사해 보니 조직검사는 두 종류가 있는데 내가 받은 건 두꺼운 바늘로 하는 중심바늘생검이었다. 다른 검사 방법도 있는지, 그 차이는 무엇인지는 역시 설명해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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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기록하던 습관이 직업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며 1년에 한 권 책을 만듭니다. 아이와 있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읽거나 쓰며 지냅니다. 저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외 다수. 1인 출판사 문화다방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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