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간접선거다?
2024/02/24
세상에 똑같은 선거 제도는 없다. 모든 제도란 그 제도가 형성된 배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수입해 이식한 경우에도 제도는 그 나라와 사회의 구조와 배경에 적응해 사뭇 다른 모습을 띠곤 한다. 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어느 밭뙈기에 심느냐, 그해 날씨가 어떻냐에 따라 작황이 같을 수 없어 와인 맛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은 한국처럼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의 수장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두 나라의 대통령제는 권력 구조부터 선거 방식까지 많은 게 다르다. 권력 구조를 제대로 다루려면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특징부터 살펴봐야 하는데, 그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선거 제도에 관해 먼저 알아보자.
간접선거? 직접선거?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간접선거인가? 아니면 (우리와 같은) 직접선거인가? 아메리카노에서는 늘 이렇게 설명해 왔다.
"미국 유권자들도 투표하러 가서 직접 대통령을 뽑습니다. 그러니까 이걸 간접선거라고 부르는 건 어폐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국민이 먼저 선거를 한 뒤 결과에 따라 할당받는 선거인단이 다시 선거를 하는 일명 복식 투표이다."
다시 말해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아닌) 선거인단을 뽑고, 그렇게 뽑힌 선거인단이 다시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라는 설명이다. 논리적으로는 이 설명이 맞다. 그런데도 미국 대선을 간접선거로 분류하기 어려운 이유는 미국의 대통령 선출 방식이 우리가 흔히 아는 간접선거 절차와도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간접선거는 말 그대로 유권자가 지도자를 직접 뽑지 않고, 유권자가 뽑은 누군가가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가장 짙은 암흑기였던 유신 체제하의 대통령 선출 방식이 대표적이다. 1971년 직선제로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에게 가까스로 승리...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미국을 알아가는 시간" 팟캐스트/유튜브 아메리카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