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아에오(14)] 동반낙인, 비장애 형제자매는 괴로워.

케이크여왕
케이크여왕 · 평범함을 꿈꾸는 엄마
2024/03/30
느린 첫째의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한 후, 돌봄교실에 들렀다. 둘째가 체험학습을 쓰게 됐는데 선생님께 결석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첫째의 돌봄을 맡아주시기도 했기에 처음으로 대면해서 인사를 드렸다. 둘째는 정말 잘하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고 첫째의 소식도 물어보셨다. 나는 학기 초에 학교에서 실종됐다가 교통사고가 났던 것을 묻는 줄 알고 다행히 몸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정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둘째가 오빠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돌봄교실에서 울었다는 것이다. 오빠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면서 말이다. 처음 듣는 소식이라서 정말 놀랐다. 나한테는 그런 내색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첫째를 잃어버렸던 날에는 언니 오빠들이‘빡빡이가 사라졌대!’라고 떠들면서 찾으러 갔다고 깔깔대며 웃기만 했다. 당시 첫째는 짱구처럼 머리를 짧게 민 상태여서 빡빡이라는 별명이 생겼구나 하고 그저 웃고 넘겼었다. 그런데 둘째가 울었다니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학교에서는 오빠를 걱정하면서도 집에 와서는 엄마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웃고만 있었다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고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못내 미안했다. 
   
사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유치원 때도 들었다. 둘째가 병설 유치원에 다니면서 오빠와 같은 급식실에서 밥을 먹게 됐을 때의 일이다. 느린 첫째는 가끔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냈는데 둘째는 그때마다 어쩔 줄 몰라 했던 것 같다. 오빠가 왜 소리를 질렀는지 급식실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설명해줘야 할 것 같고 대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고민했을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내 탓이다.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첫째가 문제행동을 할 때마다 타인에게 사과하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째의 유치원 담임선생님은 첫째와 둘째가 초등학교를 분리해서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열심히 이사 갈 곳을 알아보고 다녔는데 가지 못하게 됐다. 첫째가 학교에서 세 번째로 실종됐을 때 이 동네를 떠나면 안 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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