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단 댓글 하나, '존 덴버'는 죽습니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7/02
▲ 영화 <존 덴버 죽이기>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사회적 타살이란 말이 있다. 죽기는 제 손으로 죽었으되, 그 죽음 아래 깔린 여러 요소를 종합하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데 사회적 책임이 큰 죽음을 말한다.

수능시험을 전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과 왕따 문제로 괴로워하다 죽음을 선택한 이들, 소수자에게 주어지는 편견으로 죽음에 내몰린 경우가 모두 그렇다. 수많은 자살 가운데 사회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죽음은 그리 많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여기 한 영화가 어느 사회적 타살에 주목한다. 필리핀 영화 <존 덴버 죽이기>가 바로 그 작품으로, 말 그대로 존 덴버(쟌센 막프사오 분)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따르는 게 이 영화의 기본적인 얼개라 하겠다. 흥미로운 건 영화 속 어느 누구도 직접적으로 덴버를 죽이려 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누가 나서 총이나 칼, 독극물 따위로 그를 죽이는 대신 그가 스스로를 죽게 하도록 내모는 과정이 차근히 그려진다.
▲ 영화 <존 덴버 죽이기>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SNS로 퍼져나간 마녀사냥

이야기는 필리핀 어느 학교에서 시작한다. 빈 교실에 들어가 가방을 챙겨 나온 덴버가 다른 학생의 아이패드를 훔쳤다는 의혹을 사며 갈등이 폭발한다. 덴버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아이패드를 잃어버린 친구는 그의 가방을 빼앗아 옥상으로 뛰어오른다. 가방을 열려는 이와 빼앗으려는 이의 싸움이 이어지고 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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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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