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은 장애해방과 만날 수 있을까?

가을 · 가을
2022/02/11
수나우라 테일러, 이마즈 유리·장한길 옮김, 『짐을 끄는 짐승들』 (오월의봄, 2020)

한국 사회에서 동물 담론은 비주류이다. 비주류 중에도 주류는 있다.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연암서가, 개정판 2012)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에 기반한 동물해방 담론이다. 『동물해방』은 동물 해방 운동의 바이블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외의 동물 해방 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 책이다. 그리고 2020년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이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테일러는 『짐을 끄는 짐승들』에서 장애의 렌즈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억압과 동물에 대한 억압의 공통 전제로서의 비장애중심주의를 지적하며 장애해방과 동물해방을 함께 논의한다. “비장애 인간 신체”와 “신경전형적 인간 지능”(119쪽)에 기초한 비장애중심주의가, 비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보다 못한 능력을 가진 ‘열등한’ 동물이라는 관념을 만들어내고 인간(동물)의 (비인간)동물 지배를 정당화한다고 테일러는 말한다. (‘신경다양성’ 운동에서는 신경적 차이를 치료해야 할 질환으로 바라보지 않고 존중받아 마땅한 다양성이라고 주장하며, 이러한 신경다양성 스펙트럼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신경전형인’ 즉 비자폐인 혹은 신경질환이 없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테일러는 비장애중심주의가 동물 연구와 운동에도 스며들어 있다고 지적하며 “동물윤리를 불구화”(103쪽)한다.

1.‘가장자리 상황 논증’
테일러에 따르면, 동물윤리의 대표적인 연구자인 싱어의 ‘가장자리 상황 논증’이라는 논증 방식은 다음과 같다. 테일러가 인용한 싱어에 따르면, 도덕적 가치의 기준은, 도덕적 판단과 연관된 “추론 역량, 즉 자기의식, 언어,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그리고 죽음을 이해하는 능력 등”(136쪽)이다. 이러한 이성적 추론 능력을 가진 인간은 도덕적 가치가 더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인간들 중에는 이성적 추론 능력을 갖지 못한 인간도 있다. 예컨대, 싱어가 말하는 ‘가장자리 상황’에 해당하는 “지적장애인, 유아, 혼수상태에 있는 사람, 치매 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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