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맹목적 지지를 넘어서는 뜨거움과 냉소를 비껴가는 차가움이 가능하려면
2023/09/11
대통령은 이념 전쟁 한다면서 나 같은 필부가 보기엔 그냥 전 정권에 대한 억하심정 화풀이만 하는 것으로 보이고, 거대 야당 대표 또한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지만 그 국민은 자당의 극성지지층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양쪽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전 정부 탓이거나 검찰 탓이고, 대한민국에는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친일파만 득시글 거리는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요새 정치 뉴스를 보지 않는다. 독재자이자 학살자인 전두환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 갖지 않게 하기 위해 프로야구를 만들었다지만, 요새 보면 야구 뉴스보다 정치뉴스가 사람을 더 바보로 만든다고 느껴질 정도다. 정치 뉴스를 안 보면 안 봤지, 보고 나면 화가 나고 천불이 나고 욕을 안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런데 욕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나는 한때 진보 활동가로서 너무 쉽게 민주노총 욕을 하곤 했다. 그걸 멈춘 것은 출판사에 들어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부터인데, 내가 조합원이 되었기 때문에 내 조직이라 욕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민주노총 안에서 건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조직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노력하는 활동가들을 보았고, 내 얄팍한 비판이 그들에게 힘을 싣기는커녕 힘 빠지게 만들고 위축시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피상적인 비판보다는, 내부에서 애쓰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응원이 더 값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회에 대해서도, 민주노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욕을 한 바가지를 퍼부어도 시원찮을 것이지만, 나는 잠시 피상적인 욕을 유보한다. 대신에 국회 안에서 국회 본연의 목적과 의무, 권능과 한계에 대해 고민하는 입법 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 나쁜 놈들 천지인 국회 안에도 <법 짓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