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휴가냅니다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7/24


트위터를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심히 즐겁지 않았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데, 삶에 눈에 띄는 이득을 주지는 못하는 이 행위를 벌써 10년이나 했다는 게 다소 한심하게 느껴지는 구석도 있고,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내가 남긴 거라곤 별 의미도 없는 혼잣말뿐인가 싶기도 했다. 아마 트위터 하는 사람 중에서 내가 벌써 이 멋진 서비스를 10년이나 이용해 왔구나! 하고 뿌듯해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럼에도 그래, 결심했어! 하고 떠나버릴 수도 없는 것이, 10년 전에는 ‘요즘 이런 게 유행이라는 것 같으니까 계정을 만들어두는 것도 괜찮겠지?’ 하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트위터가, 차츰 지인 소식 확인용 상시 연락망 비슷한 것으로 작동하기 시작해 버린 탓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행위로서의 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은둔형 프리랜서인 나는 인맥이라고 해봤자 딱 한 줌밖에 되지 않는 터라, 트위터에 상주하는 지인들만이라도 어떻게 사는지 자주 봐야 불안감과 고독감이 덜하니 도통 끊을 수가 없다.

게다가 흥미로운 소식이 들리면 너도나도 일단 리트윗으로 신속하게 확산시키는 특성 때문에 뉴스나 신작, 신간 발매 정보 따위의 수집도 트위터에 위탁해버렸으니, 다른 SNS나 시스템으로 이만한 망을 구축하지 않는한 트위터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이래저래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여러모로 삶이 빡빡해지면서 이 짓도 작작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으니, 그 첫 번째 이유는 일단 시간이다. 트위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요즘은 어느 스마트폰 운영 체제든 디지털 기기를 좀 덜 써보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기기에서 뭘 하고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추적할 수 있는데, 이것을 활용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나 보면 트위터에 대체로 하루 1시간 가량을 쓴 것으로 나온다. 항상 책 읽을 시간이 모자란다는 둥,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둥 징징거리면서도, 대부분 큰 의미 없는 단문의 가랑비를 맞느라 옷 젖는줄 몰랐던 것이다.

트위터를 좀 줄이고 싶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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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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